‘건설-20년 운영권’ 내년 2월 입찰 한전 “기술 우위, 수주 가능성 높아” 업계 “中이 전세계 시장 60% 선점 해외 사업 확대, 정부 뒷받침 필요”
한국전력이 9조 원 규모의 호주 송전망 건설 사업 입찰에 참여한다. 500kV(킬로볼트) 변전소 3개 등을 짓는 사업으로 건설 후 20년 동안 운영권까지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이다.
28일 정부와 한전 등에 따르면 한전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500kV 초고압 직류송전(HVDC)망 건설 및 운영 사업에 내년 2월 입찰제안서를 내기로 했다. 한전은 호주 현지 건설·전력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이 사업은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가 시드니 북쪽 350km 떨어진 곳에 조성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위해 500kV 변전소 3개와 500kV 송전선로 250km 2회선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총 70억 달러(약 9조150억 원)로 추정된다.
한전은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이 아랍에미리트(UAE) 해저 송전망 사업도 건설과 운영을 맡은 만큼 이번 입찰에서 경쟁사보다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2021년 한전은 4조2000억 원 규모의 UAE 해저 송전망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전력 업계에선 전 세계 HVDC 시장에서 한국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육성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HVDC 시장에서 한국은 후발 주자로, 현재 전 세계 HVDC 시장 중 60%를 중국이 선점하고 있다. 미국(15%)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13%), 유럽(10%) 등이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후발 주자인 한국이 빠르게 추격하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지원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건설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서해안 HVDC’ 건설 사업도 국내 기술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해안 HVDC는 호남 지역에 밀집된 재생에너지와 서해안 인근 발전소에 만든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전선로다. 정부는 그간 한전이 부지 선정부터 매입, 건설, 인허가까지 전부 책임졌던 송전망 사업을 민간과 함께 구축하는 방식으로 서해안 HVDC를 건설한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