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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AI 반도체’ 군침… 韓, 특혜 논란속 지원 헛바퀴

입력 | 2023-12-29 03:00:00

[일본 반도체의 역습]〈하〉 한국의 반도체 지원 지지부진
日, TSMC-마이크론 공장 유치… 기술 협력 통해 경쟁력 강화 나서
美정부 지원 업은 인텔도 맹추격
한국 ‘K칩스법’ 실질 효과 미미… 일부선 “최저한세 폐지 등 필요”




“일본 기업도 인공지능(AI)이 만들어 낸 반도체 성장 시장에서 뒤처져선 안 된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10월 특집호에서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급부상을 조망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미래 ‘반도체 패권’을 잡기 위해서는 AI 반도체 경쟁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일본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풀고 있는 것도 이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반도체 기업으로서는 미국 마이크론(메모리), 대만 TSMC(파운드리) 등 기존 플레이어들 외에 추가적인 경쟁자를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법적 지원이 경쟁국들에 비해 너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AI 반도체 개화’ 주목하는 일본



2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첨단 시스템반도체 설계 능력이 없는 일본 반도체 업계가 당장 AI 반도체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위탁 생산을 하는 파운드리 선단 공정에서도 선두 주자인 TSMC, 삼성전자와는 거리가 있다. 현재로선 TSMC, 마이크론 등의 생산라인 유치에 초점을 맞추는 배경이다.

일본의 승부수는 그 다음 단계다. 해외 기업들의 대규모 공장을 끌어들여 반도체 생태계 전체의 체력을 기른 뒤 자국 기업 경쟁력을 본격적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파운드리 후발주자 라피더스 등에 수조 원대의 자금을 쏟는 것은 향후 AI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예고되고 있어서다. 특히 2027년 2나노(n·1나노는 10억분의 1) 양산 목표를 밝힌 라피더스는 세계적 경쟁력을 일본 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을 기반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포부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엔비디아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각각 “만약 일본 반도체 제조사가 3∼5나노 수준 공정을 제공한다면 대화를 나눠볼 것”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지역에 여러 공급업체를 확보하길 희망한다”며 향후 일본과의 협업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일본만 위협적인 것이 아니다. 중국은 SMIC를 필두로 그간 구형 공정에서 쌓인 공력을 활용해 화웨이 최신 스마트폰에 7나노 칩을 탑재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달 대한상공회의소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구형 공정을 반복해서 앞선 제품을 만들 수는 있다. 중국도 규제를 돌파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은 ‘대기업 특혜’ 비판 속 지원 제자리



한국은 AI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먹을거리를 일단 선점했다. 하지만 파운드리 시장에선 후발주자인 인텔, HBM은 마이크론의 추격이 거센 상황이다. 인텔은 최근 2년간 미국과 유럽 각 지역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130조 원이 넘는 파운드리 공장 신규 투자를 발표했다. 마이크론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분하고 있던 HBM 시장에서 내년 신제품 출시를 통해 도전장을 던졌다.

경쟁 기업들이 자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업고 뛰는 동안 한국에선 ‘K칩스법’조차 뚜렷한 근거 없이 ‘대기업 특혜’라는 오명 아래 공격받고 있다.

올해 3월 갖은 진통 끝에 통과된 K칩스법은 국가전략기술 설비 투자액의 15%(대기업 기준)를 법인세에서 공제해 주는 구조다. 하지만 24%의 높은 법인세율(미국 21%, 대만 20%)과 최저한세 17%를 고려할 때 실제로 기업이 얻게 되는 공제 효과는 미미하거나 거의 없는 수준이다. 또 법인세 징수 이후 공제하는 개념이라 다운사이클(침체기)을 맞은 반도체 기업이 적자를 보면 아무리 신규 투자를 해도 공제 효과는 ‘제로(0)’가 된다. 더구나 K칩스법은 내년 말이면 일몰을 맞는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K칩스법을 넘어 국가전략기술에 대해 실질적인 투자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5월 반도체, 배터리 기업 투자 규모에 따른 세액공제분의 일부를 법인세 사후 공제가 아닌 직접 현금으로 환급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도입하면서 세액공제 직접 환급 카드를 꺼낸 데 따른 벤치마킹이다.

근본적으로 K칩스법의 발목을 잡고 있는 최저한세를 국가전략기술에 한해 폐지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계무역기구(WTO) 기반 체제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음에도 미국은 앞장서서 새로운 룰을 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으로 이어지려면 우리도 최저한세 등 제약 조건들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