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반도체 계약학과 이탈 지속 인재 키워낼 전문 교수진도 부족
국내 반도체 산업은 공정 고도화와 시설 확충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지만 막상 이를 뒷받침해 줄 인재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주요 대학에 반도체 계약학과까지 신설했지만, 의대 쏠림 현상 등으로 인력 사전 확보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28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학년도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한양대 등의 반도체 계약학과에서 정시모집 인원의 155.3%(추가 합격자 포함)에 달하는 학생들이 등록을 포기했다. 2024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도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와 고려대 반도체공학과에서 각각 50.0%가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 포기자 상당수가 의예과로 빠져나간 것으로 교육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입학 후 이탈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계약학과에 입학하고도 반수 등을 위해 중간에 이탈하는 학생은 매년 학교마다 1, 2명씩 꼬박꼬박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학비 면제에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취업이 보장되는데도 불구하고 의·약대 진학을 위해 중간에 그만두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전문 교수도 부족하다. 한 지방대 반도체학과 교수는 “중요한 것은 학생을 단순히 많이 뽑는 게 아니라 유능한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라며 “지금 한국 반도체 교육 현실은 똑똑한 학생도 부족하지만 키워낼 교수도 턱없이 모자란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