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숙종의 아들 경종도 세자 시절 어머니 장희빈이 사사(賜死)되는 것을 지켜본 후 가려움증을 호소해 치료한 기록(숙종 재위 27년)이 있다. 스트레스로 인한 가려움증으로 보인다. “어제 저녁부터 세자(경종)의 등과 배에 홍반이 여러 개 생겨 가려워했다. 양명경(대장과 위에 관계된 경락)의 풍열이 피부에 배여 생긴 것으로 청기산(淸氣散)이라는 처방에 칡과 황금(黃芩)을 넣어 복용시켰다. 처방을 한 지 이틀 후 증상이 좋아졌다.”
가려움증은 아토피, 건성 피부염 등 피부질환에 의해 쉽게 발생하지만 간이나 신장의 기능 장애, 당뇨 등 내분비계의 전신성 질환, 갱년기, 심리적 과민(스트레스) 등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가려움증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대표적 원인 물질은 아미노산의 일종인 히스타민이다. 히스타민은 신경을 통해 통증을 대뇌로 전달하는 기능을 하며 염증과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통증을 느낄 때는 히스타민의 양이 급격히 증가하고 가려울 때는 그 양이 100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 그래서일까. 가려울 때 손톱으로 박박 긁는 행위도 인위적으로 통증을 일으켜 히스타민의 양을 늘림으로써 가려움을 잊기 위한 본능적 방어기제라는 견해도 있다. 중국 한나라 환제 때의 선녀 마고는 손톱이 마치 새 발톱처럼 생겨 사람들의 가려움증을 긁어 없앴다고 한다. 이렇게 신화적 민담까지 만들어진 걸 보면 옛사람들에게 가려움증이 얼마나 가혹한 천형이었는지 알 수 있다.
가려움증에 가장 많이 쓰이는 약물은 우엉의 씨앗인 우방자(牛蒡子)다. 소가 그 뿌리를 잘 먹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성질이 맵고 차다. 매운맛은 피부 속 열을 배출하고 찬 맛은 가려운 기운을 진정시킨다. 우엉을 반찬으로 먹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사실 가려움증의 치료제로 실록에 더 많이 언급된 약재는 매미의 허물(껍질)인 선퇴다. 사이토카인의 발현을 억제해 아토피 등 가려움증 치료에 유효하다는 한의학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