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해금 타다 근육 운동… 깡마른 몸이 탄탄하게 변했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23-12-28 23:39:00


한민지 씨가 프리랜서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항구짐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5년 전 사고로 허리를 다쳐 고생하던 그는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근육운동을 시작해 41kg이던 체중이 51kg으로 늘어나는 등 탄탄한 체격으로 바뀌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대한민국 전통 악기 해금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연주하기 시작해 이화여대에서 대학원까지 전공했다. 어느 순간 보디빌더로 변신했다. 지금은 해금도 연주하고, 근육을 키우며 건강하게 살고 있다. 프리랜서 해금 강사이자 보디빌딩 트레이너인 한민지 씨(40) 얘기다.

“2018년 경기 가평군 청평으로 보트를 타러 갔을 때 허리를 다쳤어요. 보트를 정박할 때 운전 미숙으로 다른 보트랑 부딪혔죠. 허리에 압박 골절 및 분리 진단을 받아 2개월 병원에 누워 있었어요. 퇴원하고도 1∼2년은 제대로 된 생활을 못 하고 거의 누워있다시피 했죠. 그러다 재활 담당 의사 선생님이 제대로 근육 운동을 하라고 조언해 시작했습니다.”

양종구 기자

처음엔 혼자 근육을 키웠는데 소득이 없었다. 2021년 말부터 전문트레이너에게 배웠다. 그러자 몸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재미에 거의 매일 하루 3시간 이상 운동했다. 1시간은 유산소, 2시간은 근육 운동에 할애했다. 바짝 말랐던 몸이 탄탄해졌다. 41kg까지 떨어졌던 체중이 지금은 51kg을 유지하고 있다. 근육량이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는 “늘 달고 살았던 허리 통증도 어느 순간 사라졌다”고 했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을 키우면 근육량이 증가해 체중도 증가한다. 운동 생리학적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면 운동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와 근육량이 증가해 대사량이 높아져 다이어트 효과도 볼 수 있지만 마른 체형의 경우 체중을 증가시킬 수 있다. 물론 규칙적으로 근육 운동을 하며 적당한 영양분을 섭취해야 한다. 한 씨는 먹는 것에 민감해하던 과거와 달리 이젠 가리지 않고 먹는다.

한 씨는 근육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하면서 대회 출전이란 목표를 정한 게 주효했다고 한다. 그는 “목표가 있으면 더 열심히 할 것 같았다. 나만의 도전이었다”고 했다. 한 씨는 지난해 5월 대전지역 보디빌딩 미스터&미즈 코리아 대회에 출전해 비키니피트니스 165cm 이하에서 3위를 차지했다. 비키니피트니스는 다른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육질을 덜 강조한다. 근육과 여성성의 조화를 중시한다. 그는 올해도 대전지역 보디빌딩 미스터&미즈 코리아 대회에 출전해 비키니피트니스에서 3위를 차지했다.

“사실 전 깡마른 체격이었죠. 그런데 근육이 붙으니까 기분이 좋아지는 겁니다. 활기차고 자신감도 생기고…. 과거엔 걱정도 많았는데 어느 순간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 하나요? 다쳤을 땐 너무 절망했죠. 움직이는 거 자체가 고역이었어요. 오래 쉬다 보니 해금 지도하는 일도 다 끊겼죠. 근육 운동을 하면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겁니다.”

한 씨는 몸이 건강해지면서 다시 해금을 가르치고 있다. 국악 창작그룹 ‘화연’에서 연주도 한다. 지난해부터 준비해 올해 보디빌딩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도 획득했다. 그는 “웨이트트레이닝이 너무 재밌고 좋은 운동이라는 것을 체득한 뒤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운동 생리학과 해부학 등을 공부하면서 보디빌딩의 원리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한 씨가 요즘 유행하는 속칭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가 된 것이다. 유산소 운동으로 등산도 시작했다. 북악산 인왕산 북한산 아차산 등 수도권에 있는 산을 자주 오른다.

“친구들도 요즘의 절 보면 다 놀라요. 체육을 싫어했던 애가 체육인이 됐다고 하죠. 또 뼈밖에 없던 애가 탄탄하게 바뀌었다고 해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는 절 알아보지도 못해요. 그러면서 저에게 어떻게 운동해야 하냐고 물어보죠.”

해금 연주와 보디빌딩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 씨는 “언뜻 보기엔 완전 다른 분야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둘 다 꾸준히 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루 이틀만 안 해도 연주가 달라지고 몸이 달라진다. 몸이 건강해지니 해금 연습과 연주가 더 쉬워졌다. 과거엔 쉽게 지쳤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고 했다. 한 씨는 낮 12시 전후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단련한다. 오전 오후 및 저녁 시간엔 해금 강의나 보디빌딩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제가 말랐을 땐 39kg까지 내려간 적이 있었어요. 지나치게 예민했고 스트레스 받으면 식욕도 없어졌죠. 지금은 어떤 스트레스에도 흔들리지 않아요. 근육 운동이 제 삶을 완전히 바꿔줬어요.”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