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지 씨가 프리랜서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항구짐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5년 전 사고로 허리를 다쳐 고생하던 그는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근육운동을 시작해 41kg이던 체중이 51kg으로 늘어나는 등 탄탄한 체격으로 바뀌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018년 경기 가평군 청평으로 보트를 타러 갔을 때 허리를 다쳤어요. 보트를 정박할 때 운전 미숙으로 다른 보트랑 부딪혔죠. 허리에 압박 골절 및 분리 진단을 받아 2개월 병원에 누워 있었어요. 퇴원하고도 1∼2년은 제대로 된 생활을 못 하고 거의 누워있다시피 했죠. 그러다 재활 담당 의사 선생님이 제대로 근육 운동을 하라고 조언해 시작했습니다.”
양종구 기자
한 씨는 근육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하면서 대회 출전이란 목표를 정한 게 주효했다고 한다. 그는 “목표가 있으면 더 열심히 할 것 같았다. 나만의 도전이었다”고 했다. 한 씨는 지난해 5월 대전지역 보디빌딩 미스터&미즈 코리아 대회에 출전해 비키니피트니스 165cm 이하에서 3위를 차지했다. 비키니피트니스는 다른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육질을 덜 강조한다. 근육과 여성성의 조화를 중시한다. 그는 올해도 대전지역 보디빌딩 미스터&미즈 코리아 대회에 출전해 비키니피트니스에서 3위를 차지했다.
“사실 전 깡마른 체격이었죠. 그런데 근육이 붙으니까 기분이 좋아지는 겁니다. 활기차고 자신감도 생기고…. 과거엔 걱정도 많았는데 어느 순간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 하나요? 다쳤을 땐 너무 절망했죠. 움직이는 거 자체가 고역이었어요. 오래 쉬다 보니 해금 지도하는 일도 다 끊겼죠. 근육 운동을 하면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겁니다.”
한 씨는 몸이 건강해지면서 다시 해금을 가르치고 있다. 국악 창작그룹 ‘화연’에서 연주도 한다. 지난해부터 준비해 올해 보디빌딩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도 획득했다. 그는 “웨이트트레이닝이 너무 재밌고 좋은 운동이라는 것을 체득한 뒤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운동 생리학과 해부학 등을 공부하면서 보디빌딩의 원리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한 씨가 요즘 유행하는 속칭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가 된 것이다. 유산소 운동으로 등산도 시작했다. 북악산 인왕산 북한산 아차산 등 수도권에 있는 산을 자주 오른다.
“친구들도 요즘의 절 보면 다 놀라요. 체육을 싫어했던 애가 체육인이 됐다고 하죠. 또 뼈밖에 없던 애가 탄탄하게 바뀌었다고 해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는 절 알아보지도 못해요. 그러면서 저에게 어떻게 운동해야 하냐고 물어보죠.”
“제가 말랐을 땐 39kg까지 내려간 적이 있었어요. 지나치게 예민했고 스트레스 받으면 식욕도 없어졌죠. 지금은 어떤 스트레스에도 흔들리지 않아요. 근육 운동이 제 삶을 완전히 바꿔줬어요.”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