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등이 28일 오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대응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시공능력평가 16위의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갚지 못해 어제 주채권은행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코스피에 상장된 1군 건설사마저 PF발 유동성 위기를 버텨내지 못하면서 건설사들의 줄도산이 현실화되고 금융시장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된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하도급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와 자금을 빌려준 금융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알짜 계열사 매각, 지주사 차입 등을 통해 긴급 자금을 마련했는데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줄줄이 만기가 돌아오는 PF 대출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서다. 이달 3900억 원에 이어 내년까지 만기가 되는 PF 대출 보증은 3조6000억 원이 넘는다. PF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시행사가 갚지 못하면 태영건설이 떠안아야 할 빚이다. 하지만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상승, 주택시장 침체가 맞물려 태영건설이 수주한 PF 사업장 곳곳이 착공에도 들어가지 못한 부실 상태다.
PF 위기는 이미 건설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PF는 아파트·상가 건설 등 부동산 개발사업을 할 때 자산 담보나 신용 없이 미래 수익을 토대로 사업비를 빌리는 것이어서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9월 말 현재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134조 원으로 2년 새 20조 원 넘게 불었다. 이 중 토지 매입 용도 등으로 빌리는 사업 초기 대출(브리지론) 30조 원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만기 연장을 하며 버티던 건설사들이 한계에 몰리면서 브리지론을 많이 내준 제2금융권의 연쇄 부실도 우려된다. 이미 증권사의 PF 대출 연체율은 14%에 육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