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發 건설업계 위기] 22곳중 14곳은 HUG 보증가입 부도 처리돼도 HUG가 사업진행
태영건설이 지난해 분양한 강원 고성군 ‘아야진 라메르 데시앙’. 이 단지를 분양받은 김모 씨는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소식에 아파트가 제대로 완공될지, 입주가 늦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다. 일부 입주 예정자들은 이미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 씨는 “분양사무소는 공사가 정상 진행된다고 하는데, 계약금을 떼이는 게 아닐지 모르겠다”며 “2026년 1월 입주 시기에 맞춰 자금 계획 등을 세워둔 상황이라 공사 기간이 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이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분양이 끝난 약 2만 채 규모의 입주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공사가 진행 중인 140개 현장의 하도급 업체 대금 지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대부분 사업장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과 건설공제조합의 하도급 대금 지급보증 등에 가입돼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28일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현재 태영건설이 공사 중인 주택사업장 중 분양이 진행된 곳은 22개(1만9869채) 사업장이다. 과거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이 끝난 사업장은 향후 중도금과 잔금 등 현금 흐름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채권단도 채무유예 등의 지원을 몰아준다”고 했다. 워크아웃에 들어가더라도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태영건설은 협력업체 581곳과 하도급 계약 1096건을 맺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 1057건(96%)은 건설공제조합의 하도급 대금 지급보증에 가입돼 있거나 발주자가 직접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태영건설이 대금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조합이나 발주자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일부 현장에서 입주가 지연되거나 공사비 지급이 늦어지는 일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워크아웃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현금 유동성 부족에 따른 것인 만큼, 공사 대금 지급이 조금씩 밀리고 이로 인해 공사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