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2배로… “지방은 더 심각” 대구-대전은 한달새 10% 넘게 늘어 공사대금 못받은 시공사는 자금난 非주택현장도 미착공 302곳 달해
지난해 말 준공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140채 규모 한 주상복합. 공사를 마치고 입주가 시작된 지 이미 1년이 지났지만 10월 말 기준으로 110채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이는 시공사로 불똥이 튀었다. 건물을 지은 도급 순위 30위권 건설사가 ‘분양 완료 시’ 받기로 한 공사대금 15%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분양 해소를 위해 1년간 무순위 청약만 11번 진행했지만 허사였다. 작년 332억 원의 흑자를 낸 이 시공사는 올해 1∼3분기(1∼9월) 적자(―3억7439만 원)를 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도 이러니 지방은 상황이 더 심각할 것”이라고 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증가하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도 커진다. 분양을 받은 사람이 낸 돈으로 금융권에서 받은 PF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데, 미분양으로 이 흐름이 막힌 것이다. 시행사나 시공사에 대한 자금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지역별로 수도권이 2089채로 1월 당시 1280채보다 거의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지방 사정도 좋지 않다. 수도권 외 지역의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달 말 기준 8376채에 이른다. 올해 1월(6266채) 대비 30% 이상 늘었다. 특히 대구(1016채)나 대전(436채)은 전월 대비 각각 12.5%, 16.0% 급증했다.
아직 준공 전인 미분양 주택을 포함한 전체 미분양 주택은 5만7925채로 전월(5만8299채)보다 0.6%(374채) 줄었다. 전체 미분양 감소는 주택 분양 자체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올해 아파트 분양 자체가 지난해보다 37% 감소해 최저 수준”이라며 “사업 환경이 악화돼 아예 분양을 포기하는 건설사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대구의 경우 전체 미분양 주택이 3월부터 9개월 연속 감소했지만 이는 대구시가 올해 1월 주택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신규 주택사업 승인을 아예 보류하기로 결정해서다. 신규 분양이 나오지 않으면서 일부 미분양 물량이 소화됐다. 10월부터는 서대구역 반도유보라센텀(1678채), 수성더팰리스푸르지오더샵(1299채) 등 대단지 입주가 이어지면서 준공 후 미분양이 다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오피스텔이나 지식산업센터 등 비(非)주택 현장도 어려움은 크다. 한국산업입지공단에 따르면 전국에서 지식산업센터 설립 승인을 받고도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현장이 302곳에 달한다.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건 브리지론 대출을 받고 본PF로 전환을 하지 못해 브리지론 이자를 내며 버티고 있다는 의미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