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위 사외이사 7명 現회장 인물 국민연금 “공평하지 못해” 문제 제기 추천위 “회장 선출 방식 안 바꿀 것 최정우 3연임 지원 여부, 개인 자유”
포스코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회장 선출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회장 선정 절차를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포스코 회장 선출을 놓고 국민연금과 포스코가 대립하면서 ‘KT 사태’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1일 기준 포스코홀딩스 지분 6.71%를 가지고 있다.
박희재 후추위원장(서울대 교수)은 29일 입장문을 내고 “후추위는 19일에 발표한 신지배구조 관련 규정에 정한 기준에 따라 독립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차기 회장 심사 절차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며 “만약 (최정우) 현 회장이 3연임을 위해 지원한다면 그건 개인의 자유”라고 밝혔다. 또 “후추위는 현 회장의 지원 여부와 관계없이 오직 포스코의 미래 주주의 이익을 위해 어느 누구에게도 편향 없이 냉정하고 엄중하게 심사에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이 이 같은 입장문을 낸 것은 전날 국민연금이 포스코 차기 회장 선정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소유분산 기업인 포스코홀딩스 대표 선임은 KT 사례 때 밝힌 바와 같이 주주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내·외부인의 차별이 없는 공평한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KT의 경우 국민연금의 공정성 지적을 받아들여 올 6월 사외이사를 대거 교체해 기존 CEO(당시 구현모 사장)의 입김을 배제했다. 그런 뒤 주주 및 외부기관 추천으로 후보를 공모해 현재 김영섭 사장을 선출했다.
다만 후추위는 국민연금의 지적을 의식한 듯 29일 3차 회의를 마친 뒤 회장 후보 외부 추천 절차를 자세히 공개했다. 후추위는 이날 포스코홀딩스 지분을 0.5% 이상 보유한 주주를 대상으로 ‘회장 후보 주주 추천’을 받는다는 공문을 보냈다. 또 헤드헌터 회사 10개사를 선정해 회사별로 최대 3명의 후보를 추천받기로 했다.
국민연금과 후추위의 갈등 확전 여부는 내년 1월 중순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후추위는 이때 1차 후보군인 ‘롱리스트’를 20∼30명 규모로 추릴 예정이다. 최 회장이나 그 측근 위주로 명단이 꾸려진다면 국민연금 측에서 다시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큰 진통을 겪었던 KT 대표 선출 때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소유분산기업으로 꼽히는 KT는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차례로 대표이사 후보로 지명됐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등이 반대하면서 낙마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