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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김기용]中 2024년 최대 과제는 청년실업 해소

입력 | 2023-12-29 23:48:00

6월 청년실업률 21.3% 이후 미공개, 곳곳 이상 징후
中공산당 핵심 지지층 이반 않도록 철저 관리 나설 듯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이 올 6월 기준 2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국은 한 달 후인 7월부터 지금까지 반년간 청년 실업률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가 없다고 해도 중국 청년이 심각한 실업난에 직면했다는 신호는 여러 곳에서 감지할 수 있다.

먼저 공공도서관에 청년들이 몰리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 시간) “중국 주요 도시의 도서관에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직장을 잃거나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머물 공간으로 도서관을 택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진단했다. 베이징의 한 공공도서관에 매일 나온다는 30대 초반 청년은 WSJ에 “비슷한 또래의 청년들이 평일 낮에 도서관에 온다. 서로가 실직자 또는 구직자라는 점을 암묵적으로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청년들의 복권 구매도 급증하고 있다. 텅쉰왕 등 현지 매체들은 올 10월까지 중국의 복권 판매가 한 해 전보다 53% 늘었다고 전했다. 한 복권 판매점 주인은 “최근 복권 구매자의 상당수가 젊은층”이라며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청년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기념일에 복권을 주고받는 소위 ‘인증샷’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도 유행이다.

같은 기간 신규 복권 판매 업체 수 또한 38%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심 번화가나 관광지에는 복권 판매상들은 물론이고 복권 자동판매기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일부 지역에는 미니 복권 판매기를 갖춘 택시까지도 등장했다.

마음의 평안을 위해 불교 사찰을 찾는 청년도 적지 않다. 고단한 마음과 불안함을 위로하기 위한 선택이다. 여행사이트 ‘씨트립’은 중국 전역의 유명 사찰 입장권 판매량이 한 해 전보다 310% 늘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1990년대, 2000년대 출생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올 상반기(1∼6월) 주요 포털사이트와 소셜미디어에서 ‘사찰’의 검색량 또한 한 해 전보다 280.8% 늘었다. 이 단어로 검색한 사람의 43.6%가 18∼30세 청년층이었다.

중국과학원 심리연구소가 발간한 ‘중국 국민 정신건강 보고서 2022’에 따르면 중국 대학생의 45.3%에서 불안 위험이 발견됐다. 또 21.5%는 우울증 위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로는 18∼24세에서 우울증 위험이 가장 높았다.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공시족’도 급증했다. 지난달 중국에서 3만9600명을 뽑는 중앙부처 및 산하기관 국가직 공무원 시험에 역대 최다인 225만 명이 응시했다. 1990년대 청년들이 높은 연봉을 좇아 사기업과 외국계 기업을 선망했지만 2023년 현재 중국 청년들은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상하이차이징대 총장인 류위안춘(劉元春) 교수(경제학)는 최근 홍콩 온라인매체 ‘홍콩01’ 인터뷰에서 “중국의 청년 실업 문제가 앞으로 10년 동안 더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국이 내년에도 이 사안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심각한 사회정치적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에서는 1990년대 출생자를 주링허우(九零後), 2000년대 출생자를 링링허우(零零後)라고 부른다. 중화주의 교육을 받고 자란 이들은 지금까지 중국공산당의 최대 지지층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불안한 경제적, 심리적 상황을 감안할 때 중국의 내년 주요 과제가 ‘청년 실업’이라는 점은 자명해 보인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