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관섭 신임 대통령실 비서실장,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 사진=뉴시스
이관섭 신임 대통령실비서실장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지 한 달도 채 안 돼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총리실 국무조정실장에서 산업부 장관으로 옮긴 지 3개월 만에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물러났다. 김완섭 전 기획재정부 2차관,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 등 주요 경제 부처 차관 3명도 임명된 지 6개월 만에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대통령실 실장과 주요 경제 부처 장차관 임무의 막중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외교·안보 부처와 함께 국정 운영의 중추라고 할 수 있다. 비서실장의 총괄 업무가 과중하다는 이유로 정책실장을 만들어 경제·사회수석비서관실을 떼준 지 한 달 만에 비서실장이 물러나고 정책실장은 비서실장으로, 국정 경험이 없는 교수가 정책실장으로 부임하는 인사는 그렇지 않아도 6명의 수석비서관 중 5명이 총선에 출마한다고 교체된 상황에서 불안감을 준다.
장차관을 하다가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3개월이나 6개월 뒤 정치권으로 나갈 것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장차관을 시켜주는 정부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4년 전인 문재인 정부 때도 2020년 4월 치러진 총선을 앞두고 장차관이 대거 사퇴해 ‘국정 요직이 개인 몸값 올려주는 자리냐’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때도 ‘3개월 장관’ ‘6개월 차관’은 없었다.
대통령실 실장이나 부처 장차관이 바뀌어도 빈틈없이 돌아가야 하는 것이 관료 조직의 이상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장과 장차관이 업무를 완벽히 파악하고 직원들이 실장과 장차관을 중심으로 일체가 돼 움직여도 맡은 바 임무를 다하기가 쉽지 않고 조금만 소홀한 점이 있어도 불상사가 빚어질 수 있다. 그래서 가사도 아니고 회사 일도 아니고 국정이다. 가사도 회사 일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국정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정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