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轉禍爲福)이란 게 이런 것인가. 보트를 타다 사고로 허리 압박 골절 및 분리 진단을 받고 2년 가까이 고행하다 근육 운동을 시작해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대한민국 전통 악기 해금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연주해 이화여대에서 학사 석사까지 전공했던 그가 어느 순간 보디빌딩 트레이너로 변신한 것이다. 프리랜서 해금 강사이자 보디빌딩 트레이너인 한민지 씨(40)는 웨이트트레이닝 덕분에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고 있다.
한민지 씨가 한 보디빌딩 대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5년전 사고로 허리를 다쳐 고생하던 그는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근육운동을 시작해 41 kg이던 체중이 51kg으로 늘어나는 등 탄탄한 체격으로 바뀌었다. 한민지 씨 제공.
건강을 위해 요가나 필라테스를 하긴 했지만 운동을 본격적으로 한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엔 헬스클럽에서 혼자 근육을 키웠는데 소득이 없었다. 2021년 말부터 전문트레이너에게 배웠다. 그러자 몸이 달라졌다. 바짝 말랐던 몸이 탄탄해졌다. 웨이트트레이닝을 본격 시작한 뒤 거의 매일 하루 3시간 이상 운동했다. 1시간은 유산소, 2시간은 근육 운동에 할애했다.
한민지 씨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항구짐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을 키우면 근육량이 증가해 체중이 증가한다. 운동 생리학적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면 운동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와 근육량이 증가해 대사량이 높아져 다이어트 효과도 볼 수 있지만 마른 체형의 경우엔 체중을 증가시킨다. 물론 규칙적으로 근육 운동을 하며 적당한 영양분을 섭취해야 한다. 한 씨는 먹는 것에 민감해 하던 과거와 달리 이젠 가리지 않고 먹는다.
“늘 달고 살았던 허리 통증도 어느 순간 사라졌어요. 체중도 늘고 입맛도 좋아졌죠. 제가 건강하다는 것을 느끼니까 근육 운동을 더 열심히 하게 됐죠. 거의 헬스클럽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한민지 씨가 해금을 연주하고 있다. 한민지 씨 제공.
한민지 씨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항구짐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사실 전 깡마른 체격이었죠. 근육이 붙으니까 기분이 좋아지는 겁니다. 활기차고 자신감도 생기고…. 과거엔 걱정도 많았는데 어느 순간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건 걸 전화위복이라 하나요? 다쳤을 땐 너무 절망했죠. 움직이는 거 자체가 고욕이었어요. 오래 쉬다 보니 해금 지도하는 일도 다 끊겼죠. 그런데 근육 운동을 하면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겁니다.”
한 씨는 몸이 건강해지면서 다시 해금을 가르치고 있다. 국악 창작그룹 ‘화연’에서 연주도 한다. 지난해부터 준비해 올해 보디빌딩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도 획득했다. 그는 “웨이트트레이닝이 너무 재밌고 좋은 운동이라는 것을 체득한 뒤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운동 생리학과 해부학 등을 공부하면서 보디빌딩의 원리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한 씨가 요즘 유행하는 속칭 ‘N 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가 된 것이다.
한민지 씨가 포즈를 취했다. 한민지 씨 제공.
해금 연주와 보디빌딩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 씨는 “언뜻 보기에 완전 다른 분야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둘 다 꾸준히 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루 이틀만 안 해도 연주가 달라지고 몸이 달라진다. 몸이 건강해지니 해금 연습과 연주가 더 쉬워졌다. 과거엔 쉽게 지쳤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고 했다. 한 씨는 낮 12시 전후에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단련한다. 오전 오후 및 저녁 시간엔 해금 강의나 보디빌딩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한 씨는 초보자들에게 “즐기며 운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정말 운동이라는 것을 처음 했어요.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차근차근 천천히 했고, 즐기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자신의 몸에 맞게 단계적으로 운동하면서 웨이트트레이닝 그 자체를 즐기면 좋습니다. 그럼 몸이 좋아지고, 그 맛에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여러분도 해보세요. 인생이 달라집니다.”
한민지 씨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항구짐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