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는 2023년 12월 30일부터 2024년 1월 1일까지 사흘간,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2023 서울콘(2023 SeoulCon)’을 연다. 세계 규모의 미디어·콘텐츠 행사이자, 인플루언서를 주축으로 K-콘텐츠를 사랑하는 세계 소비자들의 화합의 장이 되도록 구성한 행사다.
SBA는 2023 서울콘에 각종 컨퍼런스와 전시회, 팬 사인회와 시상식 등 20개 이상의 콘텐츠 행사를 마련한다. 이 가운데 12월 30일에는 세계의 문화 콘텐츠 석학과 연구자들이 모인 연구 행사 ‘세계 한류 컨퍼런스’가 열렸다.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의 유행과 변화, 새로운 미디어 세력으로 자리 잡은 한류 콘텐츠와 팬덤 문화, 개성을 앞세워 세계 문화의 주류로 자리 잡은 일본 만화·애니메이션과 인도 영화의 발걸음을 각각 조명한 행사다.
오인규 간사이 외국어대학교 교수의 개회사와 문시연 세계한류학회장의 환영사에 이어, 기조 강연 ‘세계 팬덤과 이주 : 팝 세계인, 이주하는 청중과 상상의 고향(Global Fandom and Migration : Pop Cosmopolitans, Diasporic Audiences and Imaginary Homelands)’이 이어졌다.
2023 서울콘 세계 한류 컨퍼런스 기조강연을 펼치는 헨리 젠킨스 교수 / 출처=IT동아
첫 강연자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 안넨버그 스쿨 교수는 세계 곳곳에 전파된 문화 콘텐츠, 그리고 지역과 언어 제약 없이 이들 문화 콘텐츠를 보고 즐기는 소비자들을 본 소감을 밝혔다. 문화 콘텐츠에는 국경이 없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태어난 지역이 달라도 소비자들은 기꺼이 문화 콘텐츠를 즐기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감화, 이해한다. 이들을 체험하러 어디로든 여행을 떠난다.
헨리 젠킨스 교수는 문화 콘텐츠의 위력을 소개하면서, 세계 여성을 하나로 묶은 K-팝을 좋은 예로 들었다. 미국 헐리우드 영화,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도 그렇다. 이들 문화 콘텐츠가 나라 고유의 문화와 어우러져 새로운 산업과 상품을 만든 사례, 이것을 소비자들이 즐기면서 자연스레 다음 세대로 문화 콘텐츠가 이어지는 현상을 소개했다. 이들 세대가 또 다른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이어간다. 이들에게 문화 콘텐츠의 세계는 또 다른 고향이다. 기조강연의 제목은, 헨리 젠킨스 교수가 이런 일련의 과정을 요약한 것이다.
이어 첫 순서 ‘팝 컬처와 세계 이주(Pop Culture and Global Migration)’가 이어졌다. 폴 로페즈(Paul Lopes) 콜게이트 대학교 교수는 미국에 온 라틴계 이민자들이 대중 문화, 특히 음악에 미친 영향을 소개했다. 이들의 악기와 박자, 음률이 오늘날 미국에서 인기를 모으는 스윙·힙합·레게 등 각 음악 부문에 고스란히 녹아든 사례를 발표해 주목 받았다.
2023 서울콘 세계 한류 컨퍼런스에서 강연하는 폴 로페즈 교수 / 출처=IT동아
다이아나 예(Diana Yeh) 런던 대학교 교수는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주제로 강연했다. 한 때 인종 차별과 성 역할의 편견, 비극적인 역사를 다룬 것으로 비판 받은 이 뮤지컬을 세계주의 관점에 맞춰 다시 해석하는 방법, 이 뮤지컬의 재해석과 공연이 아시아 이민자 및 커뮤니티에 미칠 긍정 영향을 소개했다.
두 번째 순서는 ‘한류(Hallyu)’다. 강연자 오인규 간사이 외국어대학교 교수는 한류 콘텐츠가 우리나라 내외 사회에 미친 위력과 문화 이주 현상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어 카스티요 사코만(Castilho Sacoman) 우니시노스 대학교 교수와 연구한 ‘한류가 브라질, 특히 여성 사회에 미친 영향’을 논의했다.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가 브라질 여성에게 미친 긍정 영향과 문화 브랜딩 등을 다룬 연구다.
샤론 킨셀라 교수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 등 일본 문화 콘텐츠에 나타난 새로운 성 개념을 설명했다. 여장남자를 포함한 성 소수자들이다. 이들 새로운 성 개념은 문화 콘텐츠를 타고 일본을 넘어 세계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 성 소수자들은 일본 문화 콘텐츠에 등장한 캐릭터를 보고 동질감과 소속감을 느낀다. 자신과 같은 이들이 활약하는 것을 보고 힘을 얻는다.
2023 서울콘 세계 한류 컨퍼런스에서 강연하는 샤론 킨셀라 교수 / 출처=IT동아
산기타 슈레스토바 교수는 인도 영화, 이른바 ‘발리우드(Bollywood)’의 특징인 춤과 노래가 팝 컬쳐로 발전한 과정을 소개했다. 영화의 등장 인물들이 부르는 노래와 추는 춤은 뮤지컬, 어린이용 만화, K-팝 가수들의 군무 등 여러 부문에 영향을 미쳤다. 나아가 발리우드 콘텐츠가 기존 문화 콘텐츠와 섞이고 융합하고 변화, 새로운 콘텐츠로 다시 태어난 사례들을 소개했다. 이런 면에서 발리우드 콘텐츠가 K-팝처럼 사회 갈등을 완화하는 메신저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동아닷컴 IT 전문 차주경 기자(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