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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진짜 사람 같은 챗봇, 화난 고객 더 화나게 할 수도

입력 | 2024-01-01 03:00:00

기대 부풀리는 의인화 챗봇
부정적인 영향 방지하려면
고객 감정 고려해 활용해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 챗봇 사용이 활발해지고 있다. 챗봇은 고객을 응대하는 AI 로봇으로 인력과 비용 투입을 줄여 마케팅 효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자동 응답기 수준이었던 과거 챗봇과 달리 이름이 있거나 사람 모습의 아바타를 사용하는 등 의인화된 챗봇 사용이 최근 늘고 있다.

이런 챗봇은 고객이 챗봇과의 인간적인 소통에 더 크게 기대하도록 만들 수 있다. 예컨대 문제가 생겨 챗봇과 소통했을 때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그 결과가 모호하면 고객이 배신감이나 더 큰 실망을 느낄 수 있다. 의인화된 챗봇에 도덕적 기준을 들이대고 챗봇이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며 잘못을 저지르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인화로 인해 챗봇의 효능에 대한 기대가 커졌는데 챗봇이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고객의 실망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고객은 일반적으로 기업에 불만이 있거나 화가 났을 때 소통하길 원하기 때문에 의인화된 챗봇을 활용하면 그에 대한 과장된 기대치가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기업이 고객을 응대하면서 의인화된 챗봇을 사용할 때 실제로 부정적인 효과가 있는지 알아봤다. 부정적인 효과가 있다면 언제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는지 분석했다. 또 의인화된 챗봇의 부정적 효과가 기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이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살펴봤다.

연구 결과 화난 고객일수록 의인화된 챗봇으로부터 부정적인 영향을 강하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난 상태가 심각할수록 부정적 영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반면 화가 나지 않은 고객의 경우 의인화된 챗봇과의 소통에서 유의미한 영향을 받지 않았다. 또한 챗봇의 의인화 정도가 낮을수록 고객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챗봇에 대해 부풀려진 기대로 인한 실망이 줄어든 덕분이다.

의인화된 챗봇에 대한 실망은 기업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우선 고객이 기업의 응대 서비스에 불만족을 느낀다는 점에서 마케팅에 부정적이다. 또한 해당 제품에 대한 고객의 구매 의사가 줄어들고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평판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연구 결과는 고객 전체를 대상으로 동일한 챗봇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 아니라 고객의 감정 상태를 고려해 챗봇의 의인화 수준을 조절할 때 챗봇과의 소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어느 정도의 연령대로 의인화할지, 성별을 어떻게 설정할지 등을 상대 고객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특히 화난 고객을 상대할 때는 챗봇보다는 사람이 직접 대응하게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챗봇을 활용할 때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고객 만족, 기업 평판, 미래 구매 의사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조혜원 서강대 경영대 부교수 hyewoncho@sogang.ac.kr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