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에 80%대 초반 그쳐 지난달 경매 215건 중 64건 낙찰 전국 경매 물건은 작년 58% 급증 11월까지 진행 2만4685건 달해
부동산 시장 침체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에서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의미하는 낙찰가율이 두 달 연속 하락했다. 낙찰가율은 부동산 시장 선행지표로 분류되기에 올해 부동산 시장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지난해 12월 31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12월 1∼29일 서울 아파트 경매 215건 중 64건(29.8%)이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80.1%로 전월(80.7%)보다 하락해 10월 86.7% 이후 내림세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맞아 수요가 몰리는 경우 낙찰가율은 100%를 넘기도 한다. 서울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2022년 6월(110%)을 마지막으로 100% 아래로 내려왔고, 2023년 5월부터는 80%대에 머물고 있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재건축 아파트에 수요가 몰렸던 이전 경매 시장과는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낙찰가율 10위 안에 포함된 아파트 중 강남 3구 소재 물건은 2건에 그쳤다.
오피스텔, 빌라 등 비(非)아파트 시장에서 경매 낙찰가율 하락 폭은 더 컸다. 전세 사기 우려, 역전세 등으로 수요 자체가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12월 1∼29일 서울 오피스텔 낙찰가율은 76.10%로 2020년 9월 이후 3년여 만에 처음으로 80%를 하회했다. 같은 기간 서울 빌라 낙찰가율은 78.80%로 6개월 만에 80% 밑으로 떨어졌다.
높은 이자 부담과 아파트 매수세 위축으로 전국적으로도 아파트 경매 물건이 쌓였지만 처리 속도는 느리다. 지난해 1∼11월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만4685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1만5583건 대비 57.8% 늘었다. 하지만 월별 낙찰률은 8월(43.0%)을 제외하고 모두 40%대 미만이었다. 금리 인하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리는 데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부동산 경매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국내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시장금리에 반영되려면 시간이 필요해 경매 시장에서도 저가 매물에만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