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주석단에서 김정은이 딸 주애가 얼굴을 만져주자 기쁜 표정을 짓고 있다. 조선중앙방송 화면 캡처
주성하 기자
공자가 사회주의란 요상한 이름을 대하고 갸웃거릴 순 있어도, 거기엔 분명 ‘왕족’이 살고 있고 이에 반항하면 멸문지화를 당하는 시스템이 지구상에 유일하게 존재해 낯설지는 않을 것 같다.
김정은에게도 인민을 잘살게 만들고 싶은 마음은 조금이라도 있을 것이다. 가끔이긴 하지만 인민들 앞에서 자아비판을 하며 보인 눈물이 모두 거짓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통치 12년 동안 인민들의 생활 형편은 더 어려워졌고, 스스로 문을 걸어 잠가 세계 최악의 고립 지역을 자청했다.
김정은은 지금까지 자신의 안녕과 인민의 행복이 존재하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동안 수많은 숙청으로 통치 기반을 공고히 했음에도, 여전히 ‘제로섬(Zero-Sum)’ 통치를 고집하고 있다. 내가 안전해지려면 인민의 자유와 행복을 더 많이 뺏어야 하고, 인민이 부유하고 행복해지면 내가 위태로워진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통치의 결과로 북한이 점점 파멸의 낭떠러지로 미끄러져 가고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보인다.
마흔을 넘긴 김정은에게 이제 ‘윈윈’의 통치 방식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찾으면 방법은 분명히 있다. 한때 비슷한 길을 걸었던 이웃 나라들만 봐도 답을 찾을 수 있다.
중국을 보라. 거의 반세기 전에 개혁 개방으로 시장경제를 도입했지만 공산당은 여전히 굳건하다. 수천 년 동안 기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중국 인민은 지금 배고픔이 뭔지 모르고, 외국 여행도 마음대로 다니고 있다.
쿠바를 보라. “원하면 언제든 쿠바를 떠나라”는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피델 카스트로는 반세기를 통치했고 동생에게 권좌를 물려주었다. 그 동생이 13년을 통치하다가 혈통이 아닌 사람에게 권력을 물려주었지만, 비극적인 결말은 맞지 않았다.
사회주의가 아니더라도 권력을 유지하면서 세습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한 싱가포르의 리콴유도 있다. 그 외에도 세계를 돌아보면 김정은이 참고할 나라는 참으로 많다.
김정은이 발상만 바꾸면 북한에 비해 압도적인 경제력을 가진 한국도 적극 도울 것이다. 한국은 위협이 아니다. 남쪽의 대다수 사람들은 가난한 북한을 먹여 살리는 책임을 떠안고 싶어 하지는 않지만 남북은 얼마든지 경제적으로 윈윈할 수 있다.
북한이 매년 10%의 경제성장만 이루면 인민은 ‘김정은 만세’를 부를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선전으로 이러한 북한의 급속한 번영은 오직 김정은만 이룰 수 있다고 세뇌시킬 수도 있다. 강력한 리더십이 없으면 나라가 분단돼 비극이 온다는 공포를 끊임없이 주입해 장기 집권에 성공한 중국과 러시아를 본받아도 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