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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2년 새 8.9% 뛴 물가… 새해 민생 최우선 과제는 물가 안정

입력 | 2023-12-31 23:57:00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5.1%보다는 상승 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로, 물가 상승률이 2년 연속 3%를 넘은 것은 19년 만에 처음이다. 2년 사이에 물가가 8.9%나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팍팍한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내내 고물가와의 전쟁을 치렀다. 1월 5%로 시작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 7월 잠깐 2%대로 떨어지는가 싶더니 8월부터 다시 5개월째 3%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기요금, 도시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한 해 동안 20%나 뛰었다. 관련 항목을 집계한 2010년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이상기후 여파로 농산물 가격은 10월부터 석 달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여 장바구니에 과일, 채소를 담기가 두려울 정도다. 1만 원 한 장으론 밖에서 밥 한 끼 먹기도 쉽지 않다. 안 오른 게 없어 ‘…플레이션’을 붙인 신조어가 쏟아졌고, 가격은 그대로 두는 대신 용량을 줄이는 꼼수 인상까지 등장했다.

물가 안정으로 가는 길은 올해도 험난해 보인다. 최근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률이 올 4분기 이후에나 목표 수준인 2%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행히 최근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속단하기 어렵다. 감산, 지정학적 갈등 등으로 언제 다시 들썩일지 모른다. 글로벌 기후 변화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고 이에 따라 가공식품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 그동안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소비자에게 전가돼 물가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세금’으로 불리는 인플레이션은 실질 소득을 줄이고 소비를 위축시켜 민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서민, 저소득층의 삶을 가혹하게 하기 때문에 물가 안정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민생 대책이다. 물가가 잡혀야 금리도 낮출 수 있고, 비로소 경기 침체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정부는 올해 재정·통화정책도 물가 안정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운영해야 한다. 물가 안정과 긴축 기조를 이어가되 물가 추이와 경기 상황을 주시하며 서서히 경기 회복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세심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