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이혼… 지난달부터 아빠와 살아 당국 “원룸서 전기제품 발화 추정”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5시 5분경 울산 남구의 한 원룸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원룸에선 5세 남자아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새해를 앞둔 마지막 주말 울산에 있는 한 원룸에서 화재가 발생해 집에 홀로 있던 5세 남자아이가 참변을 당했다. 아이의 유일한 보호자인 아버지가 아이와 함께 지낼 새집을 청소하러 간 사이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5시 5분경 울산 남구 달동의 4층짜리 빌라 2층 원룸에서 불이 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약 25분 만에 불을 모두 껐다. 화재 당시 2층 원룸에 혼자 있던 이모 군(5)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군은 새까맣게 타고 곳곳이 무너진 2층 원룸 내부 입구 근처에서 가재도구 등 잔해에 깔려 누워 있는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불이 난 후 이 군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채 숨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소방 출동 당시 원룸 창문 밖으로 검은 연기와 화염이 심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을 정도로 불길이 거셌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는 이 군의 아버지인 40대 이모 씨가 집을 비운 사이 발생해 주변에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아내와 이혼한 이 씨는 지난해 12월 11일 이 군을 데려와 함께 살기 시작했고, 최근 다른 집을 계약해 조만간 이사 갈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당일 오후 2시경 이 씨가 이사 갈 집을 청소하려고 이 군을 혼자 둔 채 집을 나섰는데 3시간 만에 불이 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들이 숨졌다는 소식에 아버지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고 슬퍼했다”고 전했다.
당시 화재로 같은 건물 3층에 거주하는 60대 여성도 불을 피해 대피하려고 건물 밖으로 뛰어내렸다가 허리와 발목 등을 다쳤다. 또 건물 주인인 남성도 손가락 부상을 입었다.
울산=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