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못고치면 2055년 완전고갈 “보험료율 올려 개혁불씨 살려야”
이지운·정책사회부
“4월 10일 총선이 끝나고 5월 29일 21대 국회가 문을 닫기 전까지 7주가 마지막 기회입니다.”
최근 만난 한 연금 전문가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막을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이 남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월 1일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 세대의 운명이 달려 있다”며 ‘3대 개혁 과제’를 언급했다. 이 중 연금개혁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국민연금을 되살려 국민 노후를 책임질 수 있게 하는 중대 과제였다. 현행대로라면 국민연금은 2041년 적자로 전환돼 2055년에는 완전히 고갈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국민연금 운영 계획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개혁 시나리오를 24가지 늘어놨다. 그중엔 받는 돈은 그대로 둔 채 내는 돈만 2배로 올리거나, 반대로 내는 돈은 그대로 둔 채 받는 돈만 늘리는 비현실적인 방안도 있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자문그룹에서조차 “국민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야’라고 말할 것 같다(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가 이런 맹탕 계획안을 내놓은 건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정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정부가 “돈을 더 내 달라”고 말할 엄두를 못 낸 것이다. 하지만 정부 안을 비판한 국회에서도 “구체적인 안을 서두르자”고 발 벗고 나선 의원은 없었다. 역시 4월 총선을 앞두고 ‘표 떨어질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두 가지 안 역시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선 “국민연금을 탈퇴할 수 있게 해 달라” “고갈되기 전에 지금까지 낸 돈만이라도 돌려 달라”와 같은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래 세대를 생각한다면 정부와 국회가 총선 이후 ‘마지막 7주’ 안에 파국을 막을 최소한의 조치라도 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회 논의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보험료율 인상이 가장 급한 만큼 현재 소득의 9%인 보험료율(내는 돈)을 2%포인트 정도라도 올려 개혁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고 했다. 복지부 일각에서도 총선 직후 연금개혁이 속도를 낼 것에 대비해 준비하는 분위기가 있다. 새해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의 ‘실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의 막판 스퍼트를 기대한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