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 ‘소리가 인간을 파괴했을까’ ● 당선소감
민경민 씨
물론 나는 신춘문예가 완성을 고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걸 잘 안다. 알을 깨고 나온 그 어떤 새라도 고작 발랑거리는 붉은 핏덩이에 불과하니, 앞으로 깃털을 갖춰 멋진 비상도 하려면 알 속에서의 삶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태도를 맞이해야 하지 않겠는가.
데이미언 셔젤 감독에 관한 글을 쓰는 동안 나는 특히 ‘위플래쉬’라는 영화를 셀 수 없이 돌려 보았다. 손가락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드럼 스틱을 휘두르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연마한 주법을 꼭 마무리 짓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지 않나. 비록 단 한 곡일지라도, 최후의 순간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의 마음처럼, 앞으로의 나의 글쓰기 역시 그런 불굴의 의지를 답습하기 위한 노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1989년 대구 출생 △부경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색다른 영화 시각을 넘어 듣는 것으로 확장
● 심사평
김시무 씨
‘소리가 인간을 파괴했을까’라는 도발적 제목으로 데이미언 셔젤의 일련의 영화들을 분석하고 있는 평문은 우선 무엇보다도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평자는 소리가 인간을 파괴하는 방법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첫째는 영화적 장치에 의한 것이다. 예컨대 ‘위플래쉬’에서 앰비다이제틱(Ambi-diegetic) 음악으로 처리된 도입부 OST가 그렇다.
둘째는 내러티브에 의한 것으로 ‘라라랜드’에서 주인공들의 무명 시절에 현실적인 소음들로 덧칠된 배경음 처리는 OST의 환상적인 뮤지컬과 좋은 대조를 보여 주고 있다. 셋째는 이성적 산물에 의한 것인데, 스탠리 큐브릭의 ‘풀 메탈 자켓’에서 폭력적 상사부터 ‘위플래쉬’의 플레처 교수에 이르기까지 욕설을 입에 달고 사는 캐릭터들이 그 단적인 예들이다. 이처럼 평자는 색다른 화두로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서 듣는 것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그래서 이 평문을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김시무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