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소감
임택수 씨
“오!!!!!!!!!!!!”
당선 소식을 들은 y가 느낌표 열두 개를 보내왔습니다. 그리고 침묵. 그렇죠, 할 말을 잃은 것이죠. 비현실적인 거죠. 백 번쯤 떨어지면 당연한 거죠.
지난여름, 플로베르와 제임스 설터를 챙겨 지방으로 내려왔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니 앞뒤가 좀 안 맞지만 사실입니다. 열다섯. 을지로 입구 인쇄골목. 그때는 집을 돕겠다고 일했었지요. 잉크 묻은 손에 떨어지던 봄 햇살이 아련합니다. 잘 마른 슬픔이 지금은 없어진 그 골목길을 돌아다닙니다.
얼마 전 또 한 사람이 떠났습니다. 이제는 몸이 상하도록 슬퍼하지 않습니다.
지금 쓰지 않으면 평생 쓰지 못한다고 글쓰기의 현재성을 말하던 사람. 그의 평생에 없었던 일이 드디어 일어났습니다.
약속 시간에 좀 늦은 기분입니다.
그리운 이름, 김혜순 선생님.
소설의 그늘을 마련해주신 강영숙 선배님과 하성란 선배님께 오래 감사드립니다.
△1968년 경남 진주시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프랑스 폴 베를렌 메스대 불문학 석사
※2024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전문은 동아신춘문예 홈페이지 (https://sinchoon.donga.com/)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