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양천구 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저류배수시설)을 찾아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날씨는 선제 대응이 어렵기에 정부는 사전 준비를 통해 국민 안전을 지키겠다는 계획이다.
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지구는 전례 없는 기온 상승을 직면했다.
세계 곳곳이 폭우와 폭염, 이상기후로 시름시름 앓았다. 9월 홍콩에는 시간당 158㎜ 이상의 비가 내리며 1884년 이후 139년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그리스에서는 하루만에 평균 연 강수량(400㎜) 이상의 폭우가 내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는 폭설을 동반한 시속 115~130㎞의 겨울 폭풍이 불었다.
스페인(몬토로)의 가을(9월) 기온은 47.5도를 기록하며 유럽 사상 최고 기온 기록을 경신했고, 파라과이와 아르헨티나에서도 각각 44.4도, 43.6도가 기록되며 9월 일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11월 도쿄의 낮 기온은 27.5도까지 올라가면서 100년만에 11월 일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여름철 전국 평균 강수량은 1018.5㎜로 평년(727.3㎜)보다 300㎜가량 많았고, 1973년 이래 역대 5번째로 많았다.
한꺼번에 내린 비가 특히 문제였다. 6월24일 시작한 장마는 전라권에 845.6㎜를 뿌려 기존 장마철 폭우 기록(2009년 633.8㎜)을 갈아치웠다. 전국 누적 강수량은 648.7㎜로, 현대적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3번째였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 장병들이 침수 차량을 밖으로 옮기고 있다. 2023.7.17/뉴스1 ⓒ News1
엘니뇨 영향은 올해 본격화할 전망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통상 이듬해에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지난해엔 엘니뇨가 반년 정도의 날씨 변화에 영향을 줬다면, 올해는 한해 내내 엘니뇨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통상 우리나라 전역의 강수량이 늘어난다. 바다와 접해있는 데다 산악 지형의 효과까지 겹치면 좁은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던 2022~2023년 강남역과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의 침수 사태가 다른 지역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
엘니뇨 영향으로 기온도 평년보다 높겠다. 기상청은 엘니뇨 시기 열대 서태평양의 대류 활동이 평년보다 감소하는 파급력으로 일본 동쪽에 고기압성 순환이 강화돼 겨울철 우리나라 기온은 평년보다 높은 경향을 띠겠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이런 폭우와 고온 등에 대비하기 위해 침수 대응 시설을 구축 중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종잡을 수 없는 날씨는 조절할 수 없지만 대비를 강화하는 것이다.
환경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올해 대심도 빗물터널이 광화문과 강남역에 착공된다. 대심도 빗물터널은 지하 40~50m의 대규모 터널을 뚫어 집중호우 시 빗물을 임시로 저장했다가 하천으로 방류할 수 있는 시설이다. 다만 이 시설은 올해 착공한 뒤 빨라도 2028년쯤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지방하천 관리를 강화하고, 신규 댐도 총 10개 짓는 토건 사업을 통해 인명·재산을 지키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원자력 발전을 포함하는 ’무탄소 연합’을 강화해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할 방침이다. 올해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다. 3년 연속 산유국에서 COP가 열리는 가운데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보다는 원전 확대·활용을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밀 전망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