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츠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3년 연례 연말 대법원 보고서에서 AI 사용의 양면성을 짚었다. 그는 AI가 가난한 소송 당사자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고, 법원이 사건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복잡한 법률 관련 서류를 어디에서 찾고,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에 관해 쉽게 답해줄 수 있으며 각종 법률 연구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그는 AI가 만든 콘텐츠의 진위 논란이 계속된다는 점을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가 각종 소송 등으로 결별한 마이클 코언은 최근 “트럼프 측이 실수로 내 변호사에게 AI가 만든 가짜 인용장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일부 변호사가 AI를 활용해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인용하는 사례 또한 속출하고 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또한 “법적 결정은 종종 인간의 판단을 적용해야 하는 ‘회색 영역’을 포함한다”며 판사만이 선고 시 피고인 발언의 진실성을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피고인의 떨리는 손과 목소리, 억양 및 표정의 변화, 땀방울, 순간의 망설임, 눈맞춤 등의 미묘한 차이는 오직 인간 판사만이 간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AI 사용 증가로 사생활 침해가 늘어나고 법을 비인간화할 수 있다는 위험 또한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