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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부담마저 사라지는 사회[2030세상/유재은]

입력 | 2024-01-01 23:30:00

유재은 청년 연구단체 스페셜 스페이스 대표·정책학 박사


아직 자녀가 없는 2030 기혼 여성으로서 출산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무조건 낳지 않겠다’ 이런 생각을 가진 건 아니다. 다만 연구단체를 운영하고 자문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지금, 아이를 낳으면 발생할 경력 단절과 육아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갈수록 나처럼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조차 줄어들 것 같다. 내가 소속된 청년 연구단체 스페셜 스페이스가 지난해 11월 20, 30대 여성을 대상으로 저출산 문제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해 인터뷰를 수행했다. 그 결과 연령대, 학력, 종사 직종, 근무 환경, 자녀 유무 등 청년들이 마주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흥미로운 것은 ‘자녀가 있어도 좋고, 없어도 무방하다’라고 생각하는 지대가 연령, 학력, 직종 등에 관계없이 넓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결혼과 출산이 동의어로 여겨졌지만, 이젠 기혼 여성들조차 출산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으로 여기고 있었고 개인 ‘자율의 영역’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자녀 출산에 대한 의무감에서 자유로워졌다는 말이다.

비단 교육과 주거, 양육에 대한 부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주변에 점차 늘어나고 있는 비혼, 무자녀 가구들이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전환에 자연스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자녀 없는 편한 노후, 자녀 없어도 행복한 결혼 생활, 이른바 ‘YOLO 부부’의 삶을 보면서 이를 지향하는 청년세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은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지만, 아이 없이 본인 일을 하며 성과를 내고 행복하게 사는 부부들을 계속 보다 보면 그것이 좋고 편해 보여서 지금에 안주하고픈 마음도 든다.

합계출산율 0.78명으로 대한민국의 미래에 빨간불이 켜진 지금, 결혼과 출산을 선택의 영역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좋지 않은 신호다.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데도 출생아 수와 출산율에 큰 변동이 없는 것도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여러 가지 미끼를 달아 낚시를 해보려 하고 있지만, 어쩌면 우리는 미끼에 관심도 없는 물고기를 낚으려 애쓰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럴 때일수록 더욱 단단한 돌봄, 육아 정책이 필요하다. 육아가 편해 보이고, 일과 육아를 병행해도 부담이 없어 보여야 청년들도 ‘아이를 낳아 볼까?’ 하고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결혼한 선배들을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 그날 들은 말 중 유독 곱씹었던 말이 있다. “아이를 낳지 않은 세상에서도 난 충분히 행복할 거야. 그런데 나는 아이를 만난 뒤 세상을 경험했고 앞선 세상에선 ‘상상 불가했던 행복’을 느꼈기 때문에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다시 아이를 낳을 거야. 그 행복은 정말 상상 불가할 정도로 크거든.”

아이를 낳는 것이 자율적 영역이 되어 가고 있는 지금, 아이를 키우는 행복이란 말이 새삼 다가왔다. 육아란 ‘부담’이 아니라 ‘행복’이 되는 세상이 올까? 나부터도 그런 육아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을까? 2024년에는 그런 고민의 답이 보이길 기원한다.



유재은 청년 연구단체 스페셜 스페이스 대표·정책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