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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韓 2년 연속 무역적자, 새해 ‘반도체의 봄’만 기대하고 있기엔…

입력 | 2024-01-01 23:54:00


지난해 무역수지가 99억7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였던 재작년보다는 규모가 줄었지만 2년 연속 무역 적자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반도체 산업의 침체와 중국의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수출이 부진했던 탓이다. 수출은 작년 한 해 7.4% 줄어 2020년 이후 3년 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반도체가 24% 가까이 급감한 것을 비롯해 바이오헬스·석유화학·디스플레이 등 주력 품목들이 줄줄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중국과의 교역에서 한국은 지난해 180억 달러 적자를 봤다. 중국을 상대로 무역 적자를 낸 건 1992년 수교 이후 처음이다. 원유를 사오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면 중국이 사실상 최대 무역 적자국이 된 것이다. 중국이 짧은 기간에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고 기술 경쟁력을 높이면서 중간재 수출을 통해 누렸던 중국 특수가 사라진 것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다만 월별로 보면 수출은 10월부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2개월째 플러스다. 올해 급성장할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반도체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유럽과 중동에서 진행 중인 대형 전쟁과 중국의 성장 위축 등을 감안하면 수출이 언제 다시 마이너스로 고꾸라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공급망 선점과 경제 안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다시 증폭되면서 수출 한국에 악재가 이어지는 형국이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에 이어 최근 저가의 범용 반도체까지 중국 견제에 나서자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로 맞서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정상 궤도에 올라서려면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올해 2%대 성장률을 제시한 건 그나마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이 같은 기대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글로벌 공급망 전쟁을 상수로 두고 수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반도체 경기 부침에 따라 전체 국가 경제가 출렁이는 ‘천수답 구조’에서 벗어나 수출 영토를 넓히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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