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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품 밤새 싣고… 새해 첫날 컨테이너선 떠났다

입력 | 2024-01-02 03:00:00

연말연시 조선소-부산항 가보니
‘수출 효자’ 조선소 곳곳서 굉음… 부산항선 컨테이너 선적 활기
작년 수출 3개월 연속 ‘플러스’
전문가 “올해는 수출 본격 반등”



지난해 12월 31일 밤 환하게 불을 밝힌 부산신항 4부두의 HPNT(HMM부산신항터미널)에서 수출용 컨테이너를 선박에 싣는 모습. 부산=김도형기자 dodo@donga.com


지난해 12월 29일 울산 동구의 HD현대중공업. 지난해 마지막 근무일인 이날도 636만 ㎡ 넓이의 울산조선소에는 대형 크레인과 작업 차량이 움직이면서 내는 경고음과 호루라기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해서 건조 중인 선박은 모두 160여 척. 아직 설계 중인 100여 척을 제외하고 50여 척이 조선소 곳곳에서 지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조선소 한복판에서는 1290t급과 450t급 골리앗 크레인 두 대가 함께 선박 옆면을 구성하는 대형 블록을 든 채로 레일 위를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덴마크 해운사인 ‘머스크’의 발주로 1독(dock)에서 제작 중인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마치 레고처럼 조립하는 작업이다.

● 배, 차에 반도체도 회복… 석 달째 수출 플러스

독에서 외형을 갖춘 선박은 바다에 띄운 뒤 안벽에서 후반부 작업을 진행한다. 7.6km 길이의 안벽 곳곳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눈에 띄었다. 공정이 까다로운 LNG 화물창(선박 내 화물 창고) 때문에 가격이 비싼 LNG선은 한국의 제작 능력이 독보적이어서 대표적인 수출 효자 상품으로 꼽힌다. 김영식 HD현대중공업 외업공정부 책임매니저는 “내일도 한 척의 LNG선이 시험 운항을 떠나서 2024년 2월 초에 수출 인도된다”며 “LNG선을 포함한 다양한 선박들이 계속 건조돼 거의 대부분 수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출액은 576억6000만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5.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한 것이다. 수출 회복에 가장 큰 몫을 한 것은 바로 선박이다. 지난해 12월 선박 수출액은 36억8000만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47.2% 늘어났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선박은 자동차와 더불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대표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이 986억3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3.7% 급감할 때 자동차 수출액은 31.1% 증가한 708억7000만 달러, 선박 수출액은 20.9% 증가한 219억7000만 달러를 나타냈다. 조익노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지난해 상반기(1∼6월) 반도체 수출이 부진할 때 선박과 전기차 수출이 큰 역할을 해줬다”며 “선박과 자동차는 올해도 견조한 수출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불 안 꺼지는 수출항… “올해는 반등 가능”
정부와 전문가들은 2020년 이후 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수출이 올해는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수출이 개선되고 있고 주력 업종인 반도체 수출도 연말 들어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반도체 수출은 월간 기준 작년 최고치인 110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이 기지개를 켜면서 그 ‘최전선’인 항만도 바삐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찾은 부산신항에서는 새해 벽두부터 수출될 제품들을 싣고 내리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4부두의 HPNT(HMM 부산신항터미널)에서는 야드 트랙터가 굉음을 내면서 컨테이너를 옮기면 이 컨테이너를 STS(Ship To Shore) 크레인이 배에 싣고 내리는 작업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날 낮부터 밤까지 수출품을 실은 HMM의 컨테이너선 ‘현대 밴쿠버’호는 해를 넘긴 1일 중국으로 떠났다. HMM 관계자는 “가전, 섬유, 기계 부품 등 대부분의 품목이 컨테이너선을 통해 수출된다”며 “새해 수출 화물이 늘어나면 해운업계의 물동량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는 반도체 수출이 살아나면서 전체 수출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반등 폭은 중국의 경기 회복 속도와 미국 경제 흐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울산=김도형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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