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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이해도에 TDF 성장 주춤… “노후대비용, 길게 보고 투자를”

입력 | 2024-01-03 03:00:00

7년만에 순자산 10조 돌파했지만
단기 수익 저조에 중도이탈 잇달아
“3년이상 투자, 원금손실 매우 낮아
금융사별 수수료도 꼼꼼히 챙겨야”




직장생활 2년 차인 최모 씨(26)는 최근 퇴직연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본인에게 적합한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알아보고 있다. 그는 “회사에서 관련 강의를 해줬지만 근무시간 중이라 임원이 아닌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며 “나라에서 내 노후를 책임져 주지 않을 거란 생각에 직접 알아보려 하는데 용어도 어렵고 전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호소했다.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 씨처럼 TDF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예상 연도를 목표 시점으로 잡고 생애 주기에 따라 주식과 채권 등 자산 비중을 조정해 주는 펀드로 시간과 운용 역량이 부족한 직장인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TDF 시장의 성장세는 업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TDF 순자산은 10조5450억 원으로 전 분기(10조7290억 원)보다 1840억 원 줄었다. 지난해 1분기(1∼3월) 국내 출시 7년 만에 순자산 10조 원을 넘어섰지만 생각지 못한 정체에 빠졌다. 지난해 7월 도입된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TDF 시장의 추가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전혀 다른 전개다. 오히려 연초 이후 9월 말까지 TDF 시장 점유율 1,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의 TDF 수탁액은 각각 1110여억 원 줄어드는 등 자금 이탈이 일어났다.

지난해 퇴직연금 시장에서 TDF에 대한 호응이 없었던 건 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수익률이 저조했던 탓이다. 최근 수익률이 7%대로 올라서긴 했지만 지난해 10월 4일 기준 TDF 평균 수익률은 ―2.28%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장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TDF를 중도 해지하는 것은 퇴직연금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TDF는 주식 투자 비중이 높아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 투자 시 위험성이 크게 낮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희운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본부장은 “데이터 분석 결과 TDF에 3년 이상 투자하면 원금 손실 확률은 매우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노후를 위한 자금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위험 부담은 작게, 기간은 길게 갖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용호 KB자산운용 이사는 “긴 기간 운용하는 TDF는 수수료를 0.2%만 아껴도 10년 뒤에는 2%의 효과가 돌아오기 때문에 금융사별 보수를 잘 보고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1994년 TDF를 도입한 미국에선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인 ‘401(K)’ 자산에서 TDF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7.5%에서 2020년 31.0%까지 커졌다. 그만큼 우수한 운용 성과가 입증된 셈이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TDF 지수의 지난해 말 기준 10년 연 환산 수익률은 2030년 은퇴 시점의 경우 6.01%, 2045년 은퇴 시점은 7.39%에 달한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