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중국을 찾은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저우언라이 총리와 식사하고 있다. 그의 방문은 1979년 미중 수교, 1980년대 중국의 개혁 개방 등으로 이어져 국제 정세의 틀을 완전히 바꿨다는 평을 얻고 있다. 동아일보DB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
또 그는 오랫동안 이어졌던 양국의 대치와 적대 관계를 해소시킨 쇄빙선이었다. 양국 관계가 정상화하고 깊은 협력 관계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한 사람이었다. 최근까지도 미중 관계의 안정과 상호 협력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2011년 키신저는 ‘중국을 논하다’라는 책을 펴냈다.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덩샤오핑(鄧小平) 등 역대 중국 지도자와 만났던 경험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그는 대대로 중국의 지도자들이 중국 인민의 이익을 도모하고, 중화민족의 부흥을 추구하며, 세계의 평화를 위해 애써왔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중국 굴기(崛起)’는 정상이며 중국이 강대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미중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될 필요도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가장 최근 펴낸 ‘세계 질서’라는 책에서는 중국 굴기는 새로운 일이 아니라 중국 문화의 흥망성쇠가 다시 새로운 역사적 주기에 들어서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이 반드시 질서 있고 개방적으로 세계 질서의 틀을 잡고 건설하는 데 지금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키신저는 미 정치 엘리트가 보편적 가치를 찬양하는 동시에 다른 지역의 역사, 문화 및 안보 이념의 국가별 특성을 중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로 다른 문화, 역사, 질서를 가진 각 지역과 국가가 서로 존중하면서 개방과 포용을 통해 공동의 이익과 질서, 가치관을 수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미국이 유아독존적인 가치관과 오만함을 내려놓고 인류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신저가 남긴 글과 사상을 되새기며 우리는 미중 관계의 미래에 대한 답을 주려 했던 키신저의 마음 또한 기억해야 한다. 미국인은 외교관 겸 정치가인 키신저에 대해 다양한 평가를 내린다. 키신저가 종종 고집스럽고 독선적이어서 한동안 권력에 대한 욕망을 억누르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키신저는 더 아름답고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열망과 집착을 가진 대학자였음이 분명하다.
이런 그의 말과 행동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가 미중 관계를 상호존중, 평화공존, 협력과 윈윈(win-win)의 방향으로 밀고 나가게 해주는 사상적 빛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타계 직전 양국 모두에 “미중 관계가 전면적인 대결과 전쟁 발발의 입구까지 가는 데 이제 10년도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는 사실이다. 두 나라 모두 그의 경고를 엄숙하고 진지하게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