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에 예정됐던 광안리 드론쇼… 통신 장애로 30분 만에 취소 “공연 기다리다 대중교통도 끊겨”… 해변 찾은 10만 명 불만 터져나와 수영구 “인파 예상 못 했다” 해명… 오후 7시 넘어서야 공연 재개
1일 오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상공에 날아오른 드론 2000대가 화려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정말 통신이 문제였다면 휴대전화를 끄거나 비행기모드로 설정해 달라고 안내 방송을 해줬어야죠.”
1일 오후 7시 40분경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광안리 M드론라이트쇼―2024 카운트다운’ 공연이 끝난 직후 30대 이모 씨는 “여러모로 수영구가 새해 첫날 드론 공연을 매끄럽게 진행하지 못했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이 씨는 드론 공연을 보려고 여자친구와 이날만 두 차례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수영구는 1일 0시를 전후해 2000대의 드론을 날려 푸른 용이 여의주를 품는 장면을 하늘에 연출하려고 했다. 하지만 예정된 시간에 드론은 날지 못했고 수영구는 통신 장애 이유를 들어 30여 분 만에 돌연 공연을 취소했다. 이 씨를 비롯해 공연 현장을 찾은 약 10만 명이 새해를 맞은 직후 실망감을 안아야 했다. 화려한 리허설 공연 모습이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퍼지면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현장을 찾았다가 헛걸음을 한 것.
수영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드론 공연에는 와이파이 통신 장비가 사용되는데 많은 인파가 몰려 5GHz 대역의 와이파이 점유율이 상승했다. 이에 따라 드론 공연 통신에 장애가 발생해 공연을 진행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수영구는 통신을 재정비해 오후 7시경 공연을 재개했고 약 3만 명이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예정된 시간에 드론을 띄우지 못했다. 수영구가 “통신 장애로 행사가 지연된다”는 안내방송을 재차 내보내자 백사장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오후 7시 20분경이 돼서야 푸른 빛을 내는 2000대의 드론이 날아올라 10분간 공연을 펼쳤다.
경남 창원에서 온 30대 김혜정 씨는 “좋은 위치에서 감상하려고 1일 0시 공연 2시간 전부터 추위에 떨며 대기했다”며 “두 번째 공연도 취소됐다면 2024년 첫날을 완전히 망치고 좋지 않은 기분으로 새해를 시작할 뻔했다”고 말했다.
드론과 무선통신 전문가들은 5GHz 대역의 통신장애 문제 외에 다른 기술적 문제로 드론을 띄우지 못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년 넘게 드론을 연구한 박승근 전 부산가톨릭대 겸임교수는 “2000대의 많은 드론이 화려하고 정교한 공연을 펼치려면 복잡한 전자제어가 필요하다. 드론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그라운드 컨트롤 시스템(GCS)에 과부하가 발생해 드론 가동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박 전 교수는 “전리층의 영향을 받는 드론이 기온과 습도 등의 특정 해변 기상 여건 탓에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자통신 전문가인 김민성 동명대 AI(인공지능)학부 교수는 “10만 명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렸어도 통신 문제로 드론이 날지 못할 확률은 낮다. 드론 운용의 기술적 문제로 제때 공연이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