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 앞세워 52% 투자 늘려 축구-골프 등 스포츠 분야 집중 공략 “빈살만 이미지 세탁용” 분석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자료사진) 대통령실 제공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해 전 세계 국부펀드 투자액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고 블룸버그 등이 1일 보도했다. 지난해 미국 등 서구 주요국이 은행 위기 등으로 투자를 줄여 전 세계 국영 투자기관의 총 투자액이 2022년보다 20% 줄었지만 사우디는 같은 기간 오히려 52% 투자를 늘려 ‘오일머니’ 위력을 과시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두 반대파 탄압 논란이 적지 않은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이미지 세탁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부펀드 전문 조사기관 ‘글로벌 국부펀드(SWF)’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은 한 해 전보다 52% 증가한 315억 달러(약 40조8200억 원)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전 세계 국부펀드 투자액 1238억 달러의 4분의 1 수준이다. 사우디는 싱가포르를 제치고 아시아 최대 국부펀드 보유국에도 올랐다.
PIF는 특히 축구, 골프, 게임 등 스포츠 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우선 유명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속한 알나스르 등 자국 4대 축구팀을 인수했다. PIF가 운영하는 LIV 골프 투어를 미국프로골프(PGA)와 합병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해 골프계를 뒤흔들었다. 당초 LIV에 비판적이던 스타 선수 욘 람까지 지난해 말 LIV 이적을 밝혔다. 정확한 이적료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4억5000만 달러라는 보도가 나왔다.
SWF 측은 “사우디가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투자처를 다각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2030년까지 석유에 편중된 산업 구조를 다각화하겠다며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