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규모 7.6 강진] 강진 덮친 노토반도 르포 최소 48명 숨져… 기시다 “구출 최우선”
무너진 600년 역사 상점가 규모 7.6의 강진이 일본 이시카와현을 덮치면서 6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나나오(七尾)시 상점가의 일본 유형문화재 ‘다카자와 양초’ 점포가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나나오=AP 뉴시스
나나오=이상훈 특파원
2일 오후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 있는 나나오(七尾)시. 새해 첫날부터 규모 7.6의 강진에 휩쓸린 도시는 하루 만에 삶의 온기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인구가 약 5만 명 되는 소도시지만, 공립노토종합병원은 지진 피해를 입은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병원 관계자는 “물이 끊겨 수술이나 투석이 어렵다. 급수차 지원이 절실하다”고 답답해했다. 와쿠라 온천 등 인근 명소를 찾았던 관광객 1400여 명은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채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일 오후 일본 이시카와현 나나오시의 한 목조 주택이 지진으로 무너져 내렸다. 나나오=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2일 오후 일본 이시카와현 나나오시의 한 목조 주택 외벽이 지진으로 부서져 바닥에 흩어져 있다. 나나오=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가장 큰 지진해일(쓰나미) 경보가 내려졌던 1일 노토반도 지진은 우려했던 해일 피해는 크지 않았다. 허나 목조건물 등이 붕괴되며 대피하지 못한 시민들이 많아 이사카와현 집계 기준 2일 오후 8시 현재 현 전체에서 최소 48명이 목숨을 잃었다. 빠른 대처가 쉽지 않은 노년층이 주를 이뤘고, 10대 청소년도 포함됐다.
교통망 끊긴데다 단전-단수 고통
“구호물자 부족… 모닥불 쬐며 버텨”
잔해에 깔린 아버지 끝내 잃기도… 日국토지리원 “도시 1.3m 이동”
1일 규모 7.6의 강진이 덮친 일본 이시카와현 와지마시에서 지진 여파로 발생한 화재가 이튿날인 2일 오전까지 꺼지지 않고 있다. 이 화재로 최소 200동이 넘는 건물이 불에 탔다. 아사히신문 제공
2일 나나오시 중심부 나나오역 뒤편의 주택가에서 만난 쓰카모토 씨(68)는 전날의 끔찍한 지진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골목 곳곳에는 무너져 내린 주택에서 떨어진 기와, 벽돌, 유리창 등 잔해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일본 노토반도 강진 발생 다음 날인 이날 오전 10시경, 피해 지역에 내려졌던 지진해일(쓰나미) 경보와 주의보는 모두 해제됐다. 하지만 아직 명확한 피해자 수도 집계되지 않은 채 살아남은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터전을 잃은 이재민 5만7000여 명은 인근 교통망이 끊긴 데다 정전 및 단수까지 겹쳐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7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인접한 목조 건물을 덮치기도 했다. 이날 오전 무너진 건물 앞에서 한 주민이 엎드려 오열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제공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에 등장해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은 나나오시 중심가의 ‘나카야마 약국’은 건물 1층이 폭삭 주저앉았다. 6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상점가 잇폰스기(一本杉) 거리에 위치한 일본 유형문화재 ‘다카자와 양초’ 점포도 통째로 무너졌다.
2일 오후 일본 이시카와현 나나오시의 한 약국이 지진으로 무너져 내렸다. 나나오=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2일 오후 일본 이시카와현 나나오시의 주택 담장이 지진으로 무너져 내렸다. 나나오=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갈 곳을 잃은 일부 시민은 또 다른 여진에 건물이 무너질까 봐 길거리에서 밤을 지새웠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영하의 기온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버텼다. 한 주민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지나가는 차들을 붙잡아 물어보는 중”이라며 답답해했다.
2일 오후 일본 이시카와현 나나오시의 한 다리에서 지진으로 차량 및 사람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나나오=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2일 오후 일본 이시카와현 나나오시의 아스팔트 거리가 지진으로 갈라져 있다. 나나오=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날 비상재해대책본부회의에서 “‘푸시형 지원’을 통해 이재민을 돕도록 관계 부처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푸시형 지원이란 현장 요청을 기다리지 않고 중앙정부에서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피해 현장에는 자위대 1000명을 비롯해 경찰 634명, 소방 2039명 등이 투입됐다.
일본 국토지리원은 이번 강진 발생 전후 관측 데이터(GPS)를 실시간 분석한 결과 와지마시가 서쪽으로 1.3m(잠정치) 이동하는 등 이시카와현 주변 지역에서 상당히 큰 지각 변동이 관측됐다고 밝혔다.
나나오=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