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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폐지”에 개미들 환영… “공매도 금지 이은 총선용” 지적도

입력 | 2024-01-03 03:00:00

尹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정부 “세부담에 투자자들 피해”
증권거래세-주식양도세 폐지도 검토
野 “여야 합의 깬 독단” 즉각 반발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나선 데는 국내 증시가 해외에 비해 저평가된 상황에서 과도한 세금 부담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공매도 전면 금지와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에 이은 총선용 표심 잡기라는 비판도 일각에선 나온다. 정부는 금투세 폐지와 함께 결정돼야 하는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세는 추가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 “금투세, 주식시장 마이너스 요인”

윤석열 대통령은 2일 금투세 폐지 추진을 공식화하며 “자신의 노력으로 오를 수 있는 역동적 기회의 사다리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공정”이라고 강조했다. 계층의 고착화를 막고 사회 역동성을 끌어올리려면 금융투자 분야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으로, 금투세를 없애 국민의 자산 축적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개인투자자는 종목당 50억 원 이상 보유 등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국내 상장주식 투자로 번 돈에 대해선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내년부터 금투세가 시행되면 주식을 포함해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의 금융투자 상품으로 수익을 내면 5000만 원이 넘는 수익에 대해선 20∼25%의 세금을 내야 한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금투세가 시행되면 상당수의 소액 투자자가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 자체가 주식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투세 폐지 추진이 공식화되면서 그간 금투세 시행과 연계돼 조정돼 왔던 세금들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이뤄진다. 김 차관은 “올해 세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어떤 조합이 바람직한지 짚어보겠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금투세 도입으로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추가로 얻게 될 세수는 4조328억 원으로 추산된다.

주식 양도세 폐지를 국정과제로 추진해 온 정부가 갑작스레 금융투자 수익 전반에 과세하는 금투세 폐지 방침을 내놓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부는 양도세 폐지 연장선상의 조치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양도세 폐지 공약 자체가 개인투자자의 세금 부담을 없애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실제 주가 부양보단 개미 표심 공략”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을 살리는 결정”이라며 일제히 환호했다. 이날 주식종목 토론방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주식뿐만 아니라 금융소득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 “금투세가 시행되면 한국 증시를 떠나려고 했는데 정말 폐지되는지 지켜보겠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증시의 장점 중 하나는 미국 증시에 비해 세금이 적다는 것”이라며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갑작스러운 금투세 폐지 추진으로 조세 안정성이 훼손되고 실제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에 따라 자본시장에서도 지속적으로 과세 대상을 늘려왔는데 이를 되돌리면서 세금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금투세 폐지는 증시 영향력이 개인보다 훨씬 큰 외국인, 기관과는 무관한 조치”라며 “공매도 금지와 양도세 기준 완화를 포함해 실제 주가 부양 효과보다는 개인투자자의 표심을 공략하는 정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금투세는 2020년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가야 한다는 업계와 학계의 건의를 받아 도입됐고, 여야정 합의로 시행을 2년 유예한 상태”라며 “이제 와서 일언반구 국회와 협의도 없이 여야정이 합의한 사안을 깨고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자본 선진화를 위한 제도를 폐지하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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