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甲辰年)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이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 사건으로 세간에 충격을 줬고, 윤석열 대통령은 ‘쌍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앞두고 있다. 정치권은 일련의 사건들이 총선 정국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정부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2일) 새해 첫 국무회의를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로 변경해 개최했다. ‘쌍특검법’(대장동·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요구안 의결을 위해 회의 시간을 4시간 연기한 것인데, 국회가 법안을 보내지 않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불발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차량을 타고 용산 대통령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2022.5.10 국회사진취재단
뇌관은 여론에 미칠 파장이다.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지난달 28~29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17명을 설문한 결과 ‘윤 대통령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 거부권 행사 필요성’을 묻는 말에 응답자 65%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25%였다.
세대별로 보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7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과반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도 전 권역에서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 응답이 높았다. 특히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56%로 절반을 넘겼다.
여권은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중도층은 물론 보수층·영남권에서조차 ‘거부권 반대론’이 강하게 일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4월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둔 시점에서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판세가 여권에 불리한 방향으로 기울 수 있어서다. 윤 대통령의 상징인 ‘공정과 상식’ 이미지 훼손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치권은 윤 대통령이 검토 중인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대국민 설득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그런 안(특별감찰관·제2부속실)을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들을 인지하고 있다”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부산에서 신원 미상 남성에게 피습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도착해 이송되고 있다. 2024.1.2 뉴스1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약세 지역인 부산에서 피습 사건이 발생한 점을 짚으면서 “부산 내에서 이 대표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여론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봤다. 별개의 사건이 공교롭게 맞물리면서 여론 지형이 국민의힘엔 불리하게, 민주당엔 유리하게 변동할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