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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클락’ 도입되는 KBO리그…ML처럼 ‘대도의 시대’ 재림할까

입력 | 2024-01-03 10:19:00

KBO리그 도루왕 정수빈(오른쪽). 뉴스1 DB

LG 트윈스 박해민. 뉴스1 DB


메이저리그처럼, KBO리그에도 ‘대도(大盜)의 시대’가 재림할까. 피치 클락(pitch clock)이 도입되는 2024년 프로야구에선 ‘빠른 발’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4 KBO리그는 큰 변화를 맞이한다. 연장 승부치기를 시작으로, ‘로봇 심판’으로 통하는 자동 볼판정 시스템(ABS), 우천 시 곧장 더블헤더 편성 등이 대표적이다.

피치 클락도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 투수가 포수로부터 공을 넘겨받는 시점부터 시간을 재기 시작해 20초(주자 없을 시 15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타자 역시 8초 이내에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야구 진행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한 규정이다.

지난해 피치 클락을 도입한 메이저리그는 경기 시간 단축 효과를 봤다. 2022년 경기 당 3시간4분이던 것이 지난해 2시간40분까지 줄어들었다. 올해 메이저리그는 피치클락 시간을 2초 더 줄이기로 했다.

피치 클락 도입의 또 다른 효과는 도루다. 피치 클락에 견제 제한까지 더해지면서 주자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도루를 시도하게 된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2022년만 해도 팀 당 100도루를 넘긴 팀이 30개 팀 중 단 8개 팀에 불과했는데, 피치 클락이 도입된 지난해엔 무려 21개팀이 100도루를 넘겼다. 신시내티 레즈가 기록한 190도루는 2009년 탬파베이 레이스(194도루) 이후 14년만의 최다 팀 도루였다.

개인 별로 봐도 30도루를 넘긴 이가 18명이나 됐고, 리그 1위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73도루를 기록했다. 41개의 홈런과 더불어 ‘40-70 클럽’이라는 기이한 기록을 만들었다.

KBO리그 역시 비슷한 효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물론 피치클록과 견제 제한의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고, 메이저리그는 베이스 확대의 효과도 있다고 하지만 예전보다 도루 확률이 올라간 것만큼은 자명하다.

일본 야구의 영향을 받은 KBO리그는 그간 ‘스몰볼’에 가까운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강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한 점을 짜내기 위한 전략이 통용되던 야구다. 도루 역시 주요 작전 중 하나였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확고한 ‘타고투저’ 시대가 오면서 도루의 가치는 점차 떨어졌다. 도루보다는 홈런과 장타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받았고, 세이버 매트릭스 등 세밀한 분석이 도입되면서 높은 확률이 수반되지 않는 도루는 자제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최근엔 다시 ‘투고 타저’로 돌아서는 흐름이지만, 여전히 도루 갯수는 많지 않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나온 도루는 1040개로 갯수로만 보면 역대 6위에 해당하지만, 경기 수를 보정했을 때에는 역대 시즌 중 중간 정도에 머무른다.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한 정수빈은 39도루로 40도루에도 미치지 못했다. 도루왕이 40도루를 채우지 못한 것은 2020년 심우준(KT·35도루) 이후 두 번째다.

30도루를 넘긴 선수도 정수빈을 비롯해 신민재(LG·37도루), 박찬호(KIA·30도루) 등 3명 뿐이었다.

그러나 피치클록과 견제 제한 등이 도입될 올해는 다시금 도루 갯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금 ‘대도의 시대’가 올만한 조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올해는 40, 50도루를 넘어 60도루를 기록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KBO리그에서 한 시즌 60도루가 나온 마지막 시즌은 2015년이었다. 당시 삼성 소속이던 박해민이 정확히 60도루를 기록해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박해민, 정수빈을 비롯해 신민재, 박찬호 등은 언제든 도루왕 타이틀을 노릴 후보다. 도루왕 경력이 있는 김혜성(키움)과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의 김도영(KIA), 김성윤(삼성), 김주원(NC) 등도 주력이 좋은 선수들로 꼽힌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