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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간 일하고 20분 쉰다…간호사 ‘6개월만에 퇴직’ 이유 있었네

입력 | 2024-01-03 11:17:00

지난해 8월2일 오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간호사가 간호사실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3.8.2/뉴스1 ⓒ News1


병원 간호사들의 하루 근무시간은 9시간이 넘는 반면 휴식시간은 20분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절반 이상은 6개월 이내 이직·휴직·퇴직 생각이 있으며, 이직·휴직·퇴직 이후 병원을 계속 다니겠다는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양유선 공단 건강보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연구원 학술지 ‘건강보험 이슈앤뷰(Issue & VIEW)’에 이 같은 내용의 ‘간호사 이동의 요인과 개선 방안’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해당 연구는 지난 2022년 8~9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현직 간호사 164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기반으로 했다. 그 결과 간호사의 평균 근무시간은 하루 9.3시간이었다. 그런데 식사 시간을 포함한 휴게시간은 평균 22분으로 법정 휴게시간인 60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근무 일정 또한 불확실했다. 교대 근무자의 22.5%는 ‘다음 달 근무표를 언제 받을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53.2%는 달이 바뀌기 1~2주 전에야 받았다. 교대 근무자의 65.4%는 결근 등 인력 보충이 급히 필요할 때 근무 일정 변경으로 대응한 사례가 있다고 답했다.

근로제도를 19개로 나눠보면 8개 제도에 대해서만 50% 이상의 간호사들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연장근로 주 12시간 제한을 아는 간호사는 27.5%, 산후 시간외 근로 제한을 아는 간호사는 31.6%에 불과했다.

제도 체감도(5점 만점)는 임신·산후 야간근로 제한이나 출산 전·후 지원(각 3.9점)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나, 휴게시간 보장(2.6점), 야간근로 8시간 준수(2.8점)에 대한 체감도는 낮았다.

근무 환경 개선 사항 16개 중 15개 항목에서 4점 이상(5점 만점) 높은 요구가 있는 항목은 급여 인상(4.6점), 간호사 관련 수가 강화(4.6점), 간호사 인력 충원(4.5점), 재충전을 위한 휴직제도 활성화(4.5점), 간호사의 건강 및 스트레스 관리(4.5점) 등이었다.

특히 응답 간호사 중 53.5%는 6개월 내 이동(이직·휴직·퇴직)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 후 계획은 타 병원 이직(36.5%), 관련분야 이직(22.6%), 타 분야 이직(7.8%), 학업 등(8.1%), 복귀(7%), 계획 없음(18%)으로 조사됐다.

이동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경력·고용 형태 등이었다. 경력이 2~5년이거나 고용 형태가 계약직일 때 이동 의도가 높아졌다. 반면 연봉 7200만원 이상, 근로제도에 대해 많이 알고 있거나 근로제도에 체감도가 높고 보통 이상의 건강 상태일 때 이동 의도가 낮았다.

양유선 부연구위원은 “근로환경 및 처우개선을 위해 노동관계법 이행준수가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간호사 보호와 관리에 관한 제도화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며 “정부도 간호사 근무 환경 및 처우개선의 정책을 적극 이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대한간호사협회 회원들이 지난해 5월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 일대에서 열린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궐기대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5.19/뉴스1 ⓒ News1

수도권과 달리 지방 중소병원에서는 저임금 때문에 간호사직을 포기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나영균 공단 건강보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한공공의학회 학술지(대한공공의학회지) 최근호에 “지방 중소병원은 수도권 대형 병원에 비해 약 절반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의료기관 특성에 따라 임금에 크게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그가 공단 보유 데이터를 연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된 간호사 총 11만524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30대 간호사의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임금은 526만원인데 반해 지방 중소도시 중소병원 임금은 275만원에 불과했다.

상급종합병원의 평균 임금은 20대 385만원에서 50대 714만원, 병원의 평균 임금은 20대 283만원에서 50대 394만원으로 급에 따라 임금 증가율도 크게 차이났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 소규모 병원은 20대 275만원에서 50대 355만원으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나영균 부연구위원은 “지방 중소병원의 간호사 구인난은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게 주요 원인인 것으로 추정됐다. 인력시장에서 간호사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임금이 인상되는 게 시장원리인데 오히려 지방 중소병원은 더 낮다”고 말했다.

이어 “저임금으로 활동을 포기하는 간호사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방 중소병원의 인력난을 해소할 정책 방안으로는 임금 격차 감소와 일·가정 양립을 위한 탄력 근무 같은 근로환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