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오순도순 모여 정월을 맞이하는 새해 첫날, 일본 이시카와현(?)에서는 생이별의 비극이 시작됐다.
진도 7, 규모 7.6의 강진은 노토반도를 뒤흔들며 와지마·스즈 등 현 전체를 뒤엎어 놓았다. 가옥들이 무너져 쓰나미에 쓸려갔으며, 화재가 잇따랐다.
일부 생존자들은 차마 함께 대피하지 못한 가족을 찾아 풍비박산이 난 집터로 돌아왔다. 한 40대 남성 D씨는 여동생이 깔려 숨진 집 앞에서 눈물만 흘렸다.
와지마시의 또 다른 70대 남성은 쓰러진 목조 주택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손에는 두 딸의 차갑게 식은 팔의 감촉이 남아 있었다.
지진이 난 날은 백화점에 다니느라 연말연시에 일만 하던 딸이 모처럼 집에 돌아온 날이었다. 2층에서 TV를 보고 있던 남성은 강한 흔들림에 두 딸이 있던 1층으로 내려와 “지진이다”고 외쳤다. 그 순간 ‘쿵’하는 소리와 함께 집이 또 한 번 강하게 흔들렸다. 그리고는 붕괴했다.
남성이 자력으로 잔재 사이를 빠져나왔을 때, 그의 눈에는 딸의 팔이 보였다. 신음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괜찮은지 확인하며 필사적으로 쓰다듬었지만 팔은 점점 차가워졌다. 남성은 “쓰나미 온다! 도망쳐”라는 주민의 목소리에 딸을 뒤로하고 고지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고 요미우리 설명했다.
두 딸의 시신을 확인한 것은 지진 이튿날 아침에서였다. 아버지는 “아팠지, 괴로웠지”라며 떨리는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이 매체는 “이런 참상에도 활발한 구조 움직임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마을은 완전히 기능 정지 상태다”고 2일 보도했다.
생존자들의 사연에서 드러나듯, 이시카와현은 노인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현이 지난 2021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30%로, 현민 3명 중 한 명은 고령자인 셈이다. 재난 시 신속히 대피하거나, 구조를 요청하는 데 상대적으로 제약이 컸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3일 오전까지 확인된 이시카와현 내 사망자 수는 총 64명에 이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