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 76개국이 선거를 치르는 상황에서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도 정치 테러가 급증해 우려를 낳고 있다. 정치 양극화가 갈수록 깊어지는 가운데 극단주의와 음모론이 힘을 얻으면서 민주주의 본산이라는 서구 선진국에서조차 전례 없는 수준의 정치 폭력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각 진영의 강경 발언과 음모론이 판을 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내전 수준의 정치적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성 지지층의 이목을 끌기 위해 강경 발언을 일삼으며 혐오 정치를 부추기는 각국 정치권의 자정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트럼프 출마 자격 박탈한 州대법원서 총기 난사
덴버 경찰은 “총기 난사가 주 대법관에 대한 이전 위협과 관련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온라인에서는 경선 자격 박탈 판결에 찬성한 주 대법관 4명을 살해하겠다는 극우 성향 인사들의 위협 글이 확산되고 있다.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선 참여 자격에 제동을 건 메인주에서도 주 국무장관의 자택에 최근 괴한이 침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층의 의사당 난입 후 현재까지 발생한 정치 폭력은 총 213건이다. 지난해 8월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살해하겠다고 예고한 70대 남성이 연방수사국(FBI) 요원들과 대치하다 사살됐다. 또 2022년 10월 집권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의 자택에 침입한 40대 괴한이 펠로시 의장의 남편을 둔기로 폭행해 충격을 줬다.
일부 극단주의자들은 아예 폭력을 당연시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23%는 ‘미국을 정상 궤도로 돌리기 위해 애국자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여론조사회사 네비게이터의 최근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5%가 “향후 정치 폭력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 日-佛-英도 폭력 증가
2019년 5월 영국의 극우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 브렉시트당 대표도 유세 현장에서 밀크셰이크를 맞았다. 지난해 1월 브라질에서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2022년 대선 패배에 분노한 지지자들이 의회, 대법원, 대통령궁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다.
미 메릴랜드대 마이클 젠슨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극단주의가 주요 정치인들에 의해 주류로 올라서고 있고, 지지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진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