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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 신세’ 공모펀드, ETF처럼 사고판다

입력 | 2024-01-04 03:00:00

수수료 높고 수익률 낮아 외면당해
연내 상장거래 추진… 투자 활성화
ETF처럼 거래 쉽게… 비용도 낮춰




직장인 이동현 씨(36)는 여윳돈과 퇴직연금 자금을 모두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고 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자금을 공모펀드에 넣어뒀지만 거래가 편하고 수수료도 저렴한 ETF를 접하고 펀드를 환매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씨는 “공모펀드는 ETF에 비해 가입 절차가 복잡하고 수수료도 비싸 가입할 이유가 없다”며 “해지할 때까지 3년 반을 투자했는데 마이너스(―) 10%대로 손절했다”고 말했다.

수수료는 높은데 수익률은 낮아 시장의 외면을 받아온 공모펀드가 연내 ETF처럼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비용을 줄이고 거래 편의성을 높여 공모펀드의 투자 매력을 높이기 위한 금융당국의 방안이다.

● 천덕꾸러기 된 공모펀드

공모펀드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국민들의 대표적인 자산 증식 수단 중 하나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펀드’, 신영·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가치주 펀드 등이 연이어 히트를 치며 대형 펀드 열풍을 이끌었다.

하지만 오늘날 공모펀드는 더 이상 예전만큼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예금과 비교해도 유의미한 수익률을 거두지 못해 소비자 입장에서 가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 9월 말까지 8년 9개월 동안 공모펀드와 예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2.36%, 2.12%였다. 투자자들이 펀드 가입 후 선취 판매보수 외에도 운용보수를 부담하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라고 해도 무방하다.

여기에 펀드를 만들고 판매하는 자산운용사들도 공모펀드를 외면하면서 시장 규모가 꾸준히 쪼그라들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공모펀드 설정 규모(머니마켓펀드·ETF 제외)는 100조2000억 원으로 2015년(114조2000억 원) 대비 약 12.3% 감소했다. 공모펀드 설정액은 2010년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여 왔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최근 5년 사이 대형, 소형 운용사 가리지 않고 수익 창출에 유리한 ETF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왔다”며 “이 과정에서 공모펀드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 공모펀드도 ETF처럼 상장 추진

이날 금융위는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 기관과 함께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9가지 혁신안을 발표했는데 이 중에서 공모펀드의 상장 거래를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반 공모펀드를 ETF처럼 거래소에서 매매할 수 있도록 해 거래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펀드의 상장이 활성화되면 투자자들의 수수료 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현재 국내에 상장된 주식형 ETF의 평균 판매보수는 0.02%로 주식형펀드 판매보수(0.59%) 대비 훨씬 낮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투자 비용을 절감하고 거래의 편의성을 높여 공모펀드 투자 매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공모펀드 판매보수를 다양화해 수수료 인하 경쟁을 유도하기로 했다. 또 혁신적인 ETF와 상장지수증권(ETN)에 대해 유사 상품의 상장을 6개월 동안 제한하는 ‘신상품 보호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한편 ETF 내 대체투자 상품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ETF의 상장 재간접리츠(부동산투자신탁) 및 리츠 재간접 ETF 투자도 허용된다. 현재 국내에 상장된 ETF는 770개인데 이 중 주식형이 72.3%(557개)로 대부분이며 부동산 ETF는 1.3%(10개)에 불과한 상황이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