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통과… 공군기지 정찰 가능성 반중-친중후보 치열한 접전 상황 안보 불안 조장, 친중 힘싣기 분석
대만 총통 선거 열흘 앞둔 가운데 정찰용으로 의심되는 중국풍선이 이틀 연속 대만 상공을 통과했다. 사진은 지난해 2월 미국 상공에서 관측된 중국 정찰풍선의 모습. 2024.01.03 [워싱턴=AP/뉴시스]
13일 대만 총통 선거가 채 1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중국의 ‘정찰 풍선’으로 의심되는 물체가 새해 들어 연일 대만 상공을 가로질러 통과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풍선이 ‘과학연구용’이라고 주장하나 서방은 ‘중국의 첩보 활동에 이용된다’며 비판하고 있다. 반중국 성향인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와 친중 성향인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侯友宜)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대만의 안보 불안감을 조장해 허우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중국 풍선 4개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방향으로 이동했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설정된 비공식 경계선이다. 중간선을 넘은 풍선 가운데 3개는 대만 상공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로질러 통과했다.
국방부는 풍선들이 중부 칭취안강 일대에서 포착됐으나 얼마 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칭취안강은 대만 공군의 핵심 요충지로 꼽힌다. 정찰 풍선은 1일에도 대만을 건넜으며 지난해 12월에도 중국 풍선이 6차례 대만 주변에서 목격됐다.
대만 총통 선거는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2일 롄허보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라이 후보가 32%, 허우 후보가 27%를 얻었다. 제2야당인 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 후보는 21%를 기록했다. ‘이티투데이’ 조사에서는 라이 후보가 38.9%, 허우 후보가 35.8%를 기록했다.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가 5%포인트 미만이어서 실상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남은 기간 동안 작은 변수에도 최종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당국은 투표일 열흘 전부터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금지되는 ‘블랙아웃(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3일부터 개인이 ‘블랙아웃’ 규정을 위반하면 10만 대만달러(약 420만 원)에서 100만 대만달러(약 42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가 위반하면 벌금이 두 배로 높아져 최대 200만 대만달러(약 8400만 원)에 달한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