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채권단 설명회 자회사 매각대금 연대채무 상환… 채권단 “TY홀딩스 살리겠다는 의도” 産銀회장 “약속한 자구책 이행 안해”… 75% 동의 못얻으면 법정관리 돌입
3일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사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해 채권자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태영 측이 내놓은 자구안에 실망한 채권자들이 설명회가 끝나기 전 먼저 자리를 뜨기도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저게 정말 전부라고?”
“SBS는 결국 안 판다는 얘기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지하 1층 강당.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위한 채권단 설명회에서 채권단이 일제히 술렁였다. 자구안의 일환으로 SBS 지분 매각 가능성을 묻자 TY홀딩스 관계자가 “의견을 드리기 어렵다”고 답한 직후였다. 강당 계단까지 빽빽하게 들어찼던 채권단 700여 명 중 상당수는 설명회가 채 끝나기도 전에 “알맹이가 없다”며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SBS(지분)는 안 판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이미 답은 나왔다. 뭔가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 태영의 4가지 자구안, 산은 “이미 약속 어겨”
채권단은 특히 태영 측이 워크아웃 신청 전인 지난해 12월 28일 약속한 자구안 이행 계획을 이미 어겼다고 비판했다. 태영그룹 지주사인 TY홀딩스는 산은과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2062억 원 중 1549억 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TY홀딩스는 이 자금 중 890억 원을 태영건설 사업장에 설정된 연대채무(총 3200억 원)를 갚는 데 쓰고 400억 원만 태영건설에 지급했다.
산은은 3일 정오까지 나머지 1149억 원을 지급하라고 촉구했지만, ‘연대채무 상환에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290억 원만 추가 납부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했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이를 두고 “채권단과 태영 측의 신뢰성이 상실된 첫 번째 케이스”라고 질타했다.
태영그룹 자구안에는 몸값이 2조, 3조 원 선으로 예상되는 폐기물 처리 기업 에코비트 지분 50%를 파는 것도 포함돼 있다. 매각대금을 받으면 이 지분을 담보로 받았던 대출 4000억 원을 상환한 나머지 1조 원가량을 태영건설에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에 골프장 3곳 등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블루원을 매각해 3000억 원가량을, 양곡화물 사업 계열사인 평택싸이로 지분(62.5%)을 담보로 1000억 원가량을 각각 마련하기로 했다. 여기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을 더하면 총 1조5000억∼1조6000억 원을 태영건설에 투입할 수 있다. 그러나 태영 측은 블루원 매각 자금 중 2300억 원가량을 태영건설에 투입하지 않고 TY홀딩스 연대채무 상환에 먼저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혀 채권단의 불만을 키웠다.
● SBS 지분 매각 답변은 피한 태영
태영그룹은 채권단이 요구했던 사재 출연이나 SBS 지분 매각 등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양윤석 TY홀딩스 전무는 “SBS 매각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할 수는 있지만 방송법상 제약이 많다”며 “사재 출연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준비 중이며 11일 채권단 결정 전에 산은을 통해 보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강 회장은 “태영건설이 당초 약속한 자구 계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 주채권은행으로서 대단히 유감”이라며 자구안 이행에 대한 확약을 촉구했다. 강 회장은 금융당국과 사전 조율 후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주채권은행인 산은 외에 다른 채권단에서도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할 생각이 실제로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채권단 협의회는 11일 열린다.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태영건설은 법정관리(회생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협력업체 피해와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