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과 2024년 북한 신년경축공연 모습 비교. 왼쪽이 2023년 오른쪽이 2024년.(조선중앙TV 갈무리)
북한의 체제 선전곡 ‘세상에 부럼 없어라’의 가사가 60여년 만에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김일성 원수님’을 ‘김정은 원수님’으로 수정했는데, 김정은 총비서 중심의 유일영도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작업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는 최근 지난 1일 평양 능라도의 ‘5월1일경기장’에서 열린 ‘2024년 신년경축대공연’ 영상을 보도했다. 이 행사에는 김 총비서와 딸인 주애, 부인인 리설주 여사 등이 참석했다.
공연 후반부에 무대 위 가수들과 어린이·학생들, 관객들이 함께 노래 ‘세상에 부럼 없어라’를 불렀다. 이때 원곡 가사 중 “우리의 아버진 김일성 원수님”이 “우리의 아버진 김정은 원수님”으로 개사된 것이 확인됐다.
1961년 발표된 이 곡은 북한에서는 ‘애국가’나 ‘김일성 장군의 노래’ 만큼이나 많이 불리는 대표적인 체제 선전곡으로, 2016년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노동당 시대를 대표하는 걸작 사회주의의 영원한 주제가’로 김일성상과 김정일상을 받기도 했다.
노래는 수령과 당과 대중이 하나 되는 북한식 ‘대가정’을 묘사하고 있다. 때문에 김일성이 아닌 김정은으로 가사가 바뀐 것은 김 총비서를 북한의 ‘아버지’로 절대화하는 것이 된다.
북한이 63년 만에 이 곡의 가사를 바꾼 것은 현 지도자인 김 총비서 중심의 유일영도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작업이 지속 중임을 시사한다.
특히 북한이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논의한 유일영도체계 강화 관련 안건과도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강동완 동아대학교 교수는 “(공연에서)이 곡이 연주될 때 김정은, 리설주, 김주애가 모두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라면서 “그동안 김 총비서가 자신의 딸 주애를 대동하고 다닌 이유가 후계구도와 관련됐기보다는 ‘아버지’라는 이미지 정치 강화 차원에서 그가 ‘인민의 어버이’라는 인식을 인민대중에게 각인하고자 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이번 공연 보도를 맡은 조선중앙TV의 리춘히 아나운서도 공연이 끝난 뒤 김 총비서가 관객들을 향해 인사하는 장면에서 “강대한 ‘김정은 조선’의 영광을 무궁토록 떨쳐가렵니다”라고 언급하며 김 총비서의 유일영도의 의미를 부각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