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주변의 스프레이 낙서에 대한 보존 처리가 끝나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2024.1.4 뉴스1
스프레이 ‘낙서’를 당한 경복궁 담장이 19일만에 깨끗한 모습으로 복구돼 4일 일반에 공개됐다. 낙서 혐의자들에게는 약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가 이뤄질 전망이다. 실제 손해배상이 이뤄지면 지난 2020년 문화재보호법 개정 이후 첫 사례가 된다.
문화재청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국가유산 훼손 재발방지 종합대책 언론설명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12월16일(1차)과 17일(2차) 경복궁을 둘러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주변 궁장(궁궐담장)과 영추문에서 스프레이 낙서가 발견됐다. 1차 낙서자는 10대 남성, 2차 낙서자는 20대 남성으로, 1차 낙서자는 소년범이란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됐으나, 2차 낙서자는 구속송치된 상황이다. 1차 낙서자는 2000원짜리 스프레이 두 통을 사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담장 낙서 제거 작업을 마친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가림막을 철거하고 있다. 2024.1.4 뉴스1
여기에 복구에 투입된 인원의 인건비를 합하면 총 복구비용은 약 1억원이 될 것이라는 게 문화재청의 추산이다. 문화재청은 현재 80%의 복구율을 100%로 마무리한 후 전체 복구비용을 산정해 감정평가 전문기관에 의뢰, 감정 후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다.
10대 낙서자에게도 손해배상 청구가 이뤄진다. 문화재청의 법리 검토 결과 10대에게도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 다만, 변상할 능력이 없는 경우 그 부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경복궁 담장에 빨간 스프레이와 파란 스프레이로 ‘영화꽁짜’라는 문구와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로 보이는 문구가 적혔다. 2023.12.17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유사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피의자들에게 문화재보호법 제92조제1항에 따른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나올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력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인근에 새겨진 낙서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2023.12.19 뉴스1
문화재청은 현재까지 응급복구 위주의 작업을 진행한 상황으로, 담장의 표면 상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거친 후 보존처리 작업을 최종 완료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설명회가 끝난 직후 영추문으로 이동해 낙서를 제거하는 방법을 공개했다.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 이태종 학예사는 레이저를 이용해 낙서를 지우면서 “지난달 영하 20도 가까이 떨어지는 등 한파로 작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태종 국립문화재연구원 학예연구사가 4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에서 레이저를 이용한 담장 락카 스프레이 낙서 제거 작업을 시연하기 전 설명하고 있다. 2024.1.4 사진공동취재단
문화재청은 향후 담장의 표면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석재 표면의 변화 상태와 색맞춤 변화 정도를 고려해 2단계 보존 처리 작업을 마저 추진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도 내놨다. 먼저 연내로 야간시간대 경복궁 순찰을 8회로 확대하고, 외곽담장의 폐쇄회로(CC)TV 20대를 추가 설치한다.
또 전국적으로 다음 달까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낙서 등 훼손에 취약한 국가유산과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구간을 파악해 4월까지 광역시·도에서 운영 중인 국가유산 돌봄사업을 점검할 계획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경복궁 앞에 낙서·그래피티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2023.12.31 뉴스1
보호 취약지역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광역시·도에서 국가유산 돌봄사업을 통해 매월 정기점검을 실시하고, 내년에는 돌봄사업의 점검 인력을 올해 대비 25%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또 올해부터 국가유산 안전경비원을 대상으로 훼손상황 발생 시 신속한 초동대응을 위한 방재 전문 교육을 실시하고, 내년에는 관리 사각지대 순찰 및 훼손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력증원을 추진할 방침이다.
국가유산의 재질과 오염물 성분에 따라 맞춤형 보존처리 기술의 신속한 적용이 가능하도록 역량을 강화하고, 낙서 등 오염물 제거방법의 현장 적용을 위한 실용화된 기술과 매뉴얼 등을 작성해 지자체와 보존처리 관계자 등에게 보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가유산 훼손이 발생하면 적극적인 신고가 가능하도록 문화재청 누리집과 국가유산 훼손신고 전화 운영을 통한 국민신고제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