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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물가와 내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밝혔다. 상반기 물가 상승률 2%대 조기 진입을 목표로 내세움과 동시에 이와 상충되는 소비 촉진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소비 진작이 자칫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이를 내세운 데엔,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경기 침체로 지난해 성장률이 1.4%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도 1%대 저성장에 머물 수 있다는 다급함이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경방에서 물가 둔화가 예상보다 더딘 점을 인정하고 상반기까지 2%대 물가 상승률을 조기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안정 등으로 작년(3.6%)보다 물가상승세가 상당 폭 둔화될 전망이지만, 상반기 중에는 3% 내외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사전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해 “상반기 중 2%대 물가 조기 달성을 위해 범부처가 총력 대응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윤 국장은 “12월 물가 상승률 3.2% 중 0.4%포인트(p)가 과일 영향이었다”며 “과일 가격 안정을 위해 역대 최고 수준인 21종 관세를 면제·인하해 상반기 중 30만톤 과일을 신속 수입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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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소비 부진이 예상되는 상반기 카드 사용액 증가분의 경우 20% 추가 소득공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국인 관광 활성화를 위해 숙박쿠폰과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중앙정부가 올해 SOC 예산 26조4000억원 중 65%를 상반기 조기 집행하고, 지방정부는 교부세·국고보조금 등의 신속배정과 긴급입찰, 선급금 집행 활성화, 심사기간 단축 등으로 올해 상반기 60% 신속 집행한다는 계획도 이번 경방에 포함됐다. 재정을 조기 투입해 경기 회복 불쏘시개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정부 지출과 소비 증가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정책 행보는 다소 모순적이다. 여기에는 고물가와 고금리가 길어지면서 올해 민간 소비와 투자가 침체되고,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데 대한 정부의 경계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경제성장률 전망과 관련, 정부는 “세계 교역 및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강화될 것”이라면서도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영향 등으로 민간소비 개선이 제약되는 가운데, 건설투자 부문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부 전망치는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2.1%)을 비롯해 한국개발연구원(2.2%), 산업연구원(2.0%) 등 국책연구기관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울러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도 2.2%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았다.
그러나 민간 경제연구소와 증권사 리서치센터 등은 좀 더 비관적인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다.
LG경영연구원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고, 신한투자증권은 1.7%로 더 낮은 전망치를 제시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현 정부가 출범 초기 인플레이션 억제에 초점을 둬 왔는데, 고금리가 지속되고 작년부터 경기가 많이 나빠져 자영업자 등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새 경제팀이 들어오면서 경기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물가가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 행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외 변수에 따라 물가가 언제든 다시 튀어오를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인 만큼 상반기까지 물가 대책에 집중한 후 하반기부터 내수 진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번 경제정책방향에서 물가 경로와 관련해 “지정학적 리스크, 기상 여건 등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인정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와 투자가 침체 과정을 겪어야 물가 상승률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상반기 재정 지출을 최소화하고, 물가 안정에 최우선을 둔 다음 하반기에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게 맞는 정책 방향”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