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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은 말썽쟁이 장교”…美정보당국 12·12쿠데타 기밀문서

입력 | 2024-01-04 13:59:00

지난달 3일 서울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가 붙어 있다. 2023.12.3 뉴스1


영화 ‘서울의 봄’의 배경이 된 12·12군사쿠데타 당시 미국은 당시 전두환 하나회 장교들의 준동을 ‘완전한 쿠데타’로 보고 이들을 ‘말썽쟁이 장교들’로 표현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따르면 기록관은 지난해 12월 말 ‘5·18민주화운동기록물자료총서’ 시리즈 세 권을 펴냈다.

총서는 미국 기자 팀 셔록이 2017년 광주시에 기증한 미 정보당국의 비밀해제문서들을 정리해 이재의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전문위원이 감수했다.

제1권은 12·12부터 5·18직전까지 상황이 담긴 ‘미국이 바라본 5·18민주화운동의 서막’이고 제2권은 5·18부터 5월27일까지를 담은 ‘미 국방정보국, 5·18을 목격하다’, 제3권은 5·18이후 시기 미 국무부와 주한 미 대사관, 백악관, CIA 문서를 담은 ‘5·18과 다양한 시선들’이다.

책에는 당시 주한미대사관과 미 국무성이 주고 받은 전문들과 백악관 최고위급 관료들의 회의 내용, 미 국방정보국(DIA)과 CIA 등 정보기관들이 한국사회 곳곳에서 수집한 군사정보가 담겼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 출간한 5·18민주화운동기록물총서 5~7권. 2024.1.4.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총서에 따르면 1979년 12월12일 오후 7시51분 미 국무부는 전두환 보안사령관과 황영시 중장 등 일단의 장교들이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체포한 움직임을 백악관에 급보로 전달한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도 묘사된 노재현 당시 국방장관의 도주 상황도 나오는데, 노 장관과 김종환 합참의장 등은 용산 유엔사령부 벙커에서 위컴 유엔사령관, 글라이스틴 미 대사와 함께 있었다.

노 장관 등은 두 시간 동안 핵심 부대 지휘관들의 충성심을 확인하려 했고, 이들은 전두환 쿠데타 세력이 수도경비사령부를 제외한 단 2개 사단만 장악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12·12 상황이 종료된 13일 오전 9시27분 주한미국대사관은 “우리는 사실상 완전한 쿠데타를 경험했다. 일단의 ‘말썽쟁이’ 장교들이 주도면밀하게 군부의 권력 요직을 장악했다”면서 “전두환 소장이 가장 중요한 인물로 보이며 최소 10일 동안 행동을 준비해 왔다”고 미 국무부에 보고했다.

전두환 하나회의 쿠데타 동기로는 ‘늙은이들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젊은 장교들의 자만심’, ‘나이 든 장교들이 정치 문제를 잘못 다루고 있다는 우려’ 등으로 전했다.

또 5·18 당시 전두환 세력이 광주 시민들을 진압하려 전라도 출신 장교들을 광주로 배치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1980년 5월21일 주한미대사관이 미 국방정보국에 보낸 첩보에는 “5월21일 한국 육군은 지역 연고와 사투리로 성공적인 시위 진압을 기대하며 전라도 출신 장교들의 광주 부임명령을 하달했다”면서 “해당 명령에 일부 저항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대부분 마지못해 수락했다고 함”이라고 보고했다.

세 권의 총서에 담긴 미국의 비밀문서는 팀 셔록 기자가 1995년 미 정보공개법에 따라 해제된 문서를 근거로 ‘미국의 책임’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반향을 일으켰다.

팀 셔록이 수집한 이 문서들은 광주항쟁과 미국의 관계를 밝혀주는 가장 중요한 문서로 꼽히고 있다.

5·18기록관은 2017년 팀 셔록이 기증한 6박스 3461쪽 분량의 영문 자료를 팀 셔록과 이재의 위원이 공동으로 해제작업을 거쳐 2018년 광주국제교류센터에서 번역을 마치고 지난해 팀 셔록의 광주 재방문을 계기로 책자를 발간했다.

총서는 비매품으로 5·18기록관을 방문하거나 향후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책으로 볼 수 있다.

이재의 위원은 “이 책은 미국이 5·18때 어떻게 대응하였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최초의 자료이다”며 “전두환 집권 7년 동안 중요한 5·18관련 자료가 왜곡·조작·소각돼버린 상황에서 은폐된 진실을 밝히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