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서울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가 붙어 있다. 2023.12.3 뉴스1
영화 ‘서울의 봄’의 배경이 된 12·12군사쿠데타 당시 미국은 당시 전두환 하나회 장교들의 준동을 ‘완전한 쿠데타’로 보고 이들을 ‘말썽쟁이 장교들’로 표현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따르면 기록관은 지난해 12월 말 ‘5·18민주화운동기록물자료총서’ 시리즈 세 권을 펴냈다.
총서는 미국 기자 팀 셔록이 2017년 광주시에 기증한 미 정보당국의 비밀해제문서들을 정리해 이재의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전문위원이 감수했다.
책에는 당시 주한미대사관과 미 국무성이 주고 받은 전문들과 백악관 최고위급 관료들의 회의 내용, 미 국방정보국(DIA)과 CIA 등 정보기관들이 한국사회 곳곳에서 수집한 군사정보가 담겼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 출간한 5·18민주화운동기록물총서 5~7권. 2024.1.4.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영화 ‘서울의 봄’에서도 묘사된 노재현 당시 국방장관의 도주 상황도 나오는데, 노 장관과 김종환 합참의장 등은 용산 유엔사령부 벙커에서 위컴 유엔사령관, 글라이스틴 미 대사와 함께 있었다.
노 장관 등은 두 시간 동안 핵심 부대 지휘관들의 충성심을 확인하려 했고, 이들은 전두환 쿠데타 세력이 수도경비사령부를 제외한 단 2개 사단만 장악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전두환 하나회의 쿠데타 동기로는 ‘늙은이들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젊은 장교들의 자만심’, ‘나이 든 장교들이 정치 문제를 잘못 다루고 있다는 우려’ 등으로 전했다.
또 5·18 당시 전두환 세력이 광주 시민들을 진압하려 전라도 출신 장교들을 광주로 배치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1980년 5월21일 주한미대사관이 미 국방정보국에 보낸 첩보에는 “5월21일 한국 육군은 지역 연고와 사투리로 성공적인 시위 진압을 기대하며 전라도 출신 장교들의 광주 부임명령을 하달했다”면서 “해당 명령에 일부 저항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대부분 마지못해 수락했다고 함”이라고 보고했다.
세 권의 총서에 담긴 미국의 비밀문서는 팀 셔록 기자가 1995년 미 정보공개법에 따라 해제된 문서를 근거로 ‘미국의 책임’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반향을 일으켰다.
5·18기록관은 2017년 팀 셔록이 기증한 6박스 3461쪽 분량의 영문 자료를 팀 셔록과 이재의 위원이 공동으로 해제작업을 거쳐 2018년 광주국제교류센터에서 번역을 마치고 지난해 팀 셔록의 광주 재방문을 계기로 책자를 발간했다.
총서는 비매품으로 5·18기록관을 방문하거나 향후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책으로 볼 수 있다.
이재의 위원은 “이 책은 미국이 5·18때 어떻게 대응하였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최초의 자료이다”며 “전두환 집권 7년 동안 중요한 5·18관련 자료가 왜곡·조작·소각돼버린 상황에서 은폐된 진실을 밝히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