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라는 단어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전에서는 ‘규칙을 정해 놓고 승부를 겨루는 놀이’로 표기하고 있지만, 원시 시대부터 현대 사회까지, 나아가 PC나 스마트폰, 유비쿼터스, 메타버스 등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환경에 따라 게임의 정의도 바뀌곤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가지 제반 환경 요소를 베재하고, 핵심이 되는 ‘게임적 요소’만 살펴본다면 어떨까요? 왜 사람들이 그토록 게임에 매력을 느끼는지, 그리고 그 힘이 얼마나 강력한 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 / 출처=네이처 홈페이지
최첨단 현미경으로 들여다봐도 단백질 구조는커녕, 뭉개진 스파게티 같은 1차원적 모양만 보여서 알 수가 없었고, 컴퓨터로 3차원 구조를 시뮬레이션하려 해도 단백질 종류만 10만 개가 넘는 상황이라 10년 넘게 문제 해결이 요원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한 미국의 연구진이 독특한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차라리 사람들의 직감에 기대어 보면 어떨까?’라고요. 사람들에게 단백질 구성 원리를 알려주고, 그들이 만든 가상의 단백질 구조를 모아 프로테아제 효소 구조를 더듬어 보자는 아이디어였는데, 이 의견에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사람들이 뭐가 좋다고 그런 노동을 하나’, ‘과연 몇 명이나 이 프로젝트를 도와줄까’하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충분히 도전해볼만 하다는 입장이었는데요. 구조를 풀어내는 과정 자체가 ‘게임처럼 재미있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이면 문제 해결이 가능하리라 본 것입니다.
’폴드 잇’ 게임 화면 / 출처: 폴드 잇 공식 홈페이지
’아이와이어’ / 출처=아이와이어 공식 블로그
뿐만 아닙니다. 지난 2016년에는 유명 SF 샌드박스 게임인 ‘이브 온라인’에 인간 세포를 비교하고 분석하는 미니 게임이 추가됐는데, 이를 통해 공개 하루 만에 약 40만 개의 인간 세포 데이터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게임적 요소를 활용한 강력한 힘이 증명된 사례이며, 게임적 요소에 반응한 집단 지성이 세계를 선도하는 학자들을 능가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게임적 재미가 사람들에게 주는 힘이 크다는 반증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게임적 요소를 좀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할 순 없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당연히 가능’합니다. 실제로 이 같은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또 활용되고 있습니다. 게임적 요소를 넣은 콘텐츠를 ‘기능성 게임’이라고 합니다.
’캐치잇 잉글리시’ / 출처=NXC
기능성 게임으로는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학습 앱인데, 네이버 앱스토어 전체 1위를 한 바 있으며, 구글 플레이 신규 교육용 앱 1위와 애플 앱스토어 교육 카테고리 무료 앱 2위를 차지했습니다. 현재 이용자만 200만 명이 넘습니다. 게임처럼 즐기는데도 영어 교육 효과가 높아 널리 추천되고 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손쉽게 배울 수 있다며 호평 일색입니다.
’리 미션 게임’ 스크린샷 / 출처=리 미션 공식 홈페이지
이렇듯 게임적 요소를 활용한 예는 이들 외에도 대단히 많습니다. 과거에는 단순한 ‘아이들 놀이’에 불과했던 게임이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직은 먼 이야기 같지만, 가상현실과 메타버스 기술이 본격적으로 일상에 개입된다면 게임적 요소의 많은 순기능이 훨씬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e@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