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기자
다행히 비어 있던 옆 차로로 운전대를 돌리면서 위기는 잘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날의 아찔한 경험은 아이를 카시트에 태우고 안전띠를 체결할 때마다 늘 다시 떠오르는 기억이 됐다. 사고는 물론이고 급정거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작은 몸이 튕겨 나오지 않고 잘 고정될 수 있게, 늘 안전띠를 단단히 채워야 한다는 깨달음이다.
최근에는 많은 차들이 준수한 어린이 충돌안전성을 보여주는데 여기에는 사실 정확한 카시트 장착과 빈틈없는 안전띠 착용이 기본 전제로 깔려 있다. 어린이 충돌안전성을 평가하는 방법을 자세히 뜯어보면 일정한 힘을 가해서 안전띠의 처짐을 제거하라는 기준이 명시돼 있다. 카시트 안전띠를 단단하게 체결한 뒤에 시험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의 한 카시트·유아용품 기업에서는 카시트 구매 고객 가운데 약 절반이 안전띠를 제대로 채우지 않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탑승자의 양쪽 어깨와 골반을 잡아주는 5점식 안전띠를 너무 느슨하게 채우거나 한쪽 팔 혹은 두 팔이 빠진 채로 체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카시트를 답답해하는 아이들의 저항에 한국의 운전자들이 쉽게 굴복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해외에서는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카시트와 안전띠만큼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점을 몸으로 느끼게 한다”는 것이 이 회사 대표의 얘기다.
차는 사람과 사물의 물리적 이동을 돕는 수단이다. 그리고 이 차에는 늘 ‘안전’이라는 타협할 수 없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앞차를 추돌할 위험을 감지하면 차가 스스로 제동하는 기술처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능동적 안전’ 기술이 최근 적극 도입되는 이유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