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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개발한 잠수함의 설계 도면이 통째로 대만에 유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2000쪽 분량의 이 설계 도면은 대우조선이 독자 개발해 한국을 세계 다섯 번째 잠수함 수출국으로 올려놓은 기술이다. 반도체를 비롯해 조선·자동차·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업종에서 해외 기술 유출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은 대우조선 전 직원 2명을 산업기술 유출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대우조선 근무 당시 설계 도면을 빼돌리고 잠수함 개발 컨설팅 업체로 이직한 뒤 대만 측에 넘겼다고 한다. 대만 정부와 컨설팅 계약을 맺은 이 업체를 통해 설계 도면을 비롯해 한국 잠수함 기술의 상당수가 현지로 유출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해당 도면은 대우조선이 인도네시아에 11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규모로 수출하며 한국 방위산업의 위상을 높인 잠수함 모델이다. 대만 정부가 첫 자국산 잠수함을 개발하는 데 이 도면과 기술들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술 유출을 단순히 국내 산업 경쟁력을 훼손하는 문제를 넘어 안보 자산인 핵심 기술을 해외로 팔아넘긴 중대 범죄로 봐야 하는 이유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가열되면서 미래 핵심 기술을 빼돌리려는 산업스파이 범죄는 점점 더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각국의 군비 경쟁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방산 기술 유출 시도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부 유출이나 다름없는 기술 유출 범죄를 엄벌로 근절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 일본, 대만처럼 핵심 기술 유출을 사실상 반역 행위에 준해 처벌할 수 있도록 법체계를 서둘러 정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