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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버무리고 유머 양념… ‘외계+인’ 전작 참패 뛰어넘을까

입력 | 2024-01-05 03:00:00

한국영화 처음 1, 2부 나눠 개봉
1부 관객 150만명 그쳐 흥행 실패
최동훈 감독 “디테일 많이 바꿔”
CJ ENM 부진 만회할지도 주목




‘외계+인’ 2부는 2022년 7월 개봉한 1부에서 이어지는 영화다. 고려 시대와 2022년을 오가며 외계인을 물리치는 SF물로, 영화 ‘타짜’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CJ ENM 제공

기발한 한국형 ‘어벤져스’일까, ‘너무 나간’ 공상과학(SF) 영화일까.

‘타짜’(2006년) ‘도둑들’(2012년) ‘암살’(2015년) 등 내놓는 작품마다 성공했던 ‘쌍천만 감독’ 최동훈이 영화 ‘외계+인’ 2부로 돌아왔다. ‘외계+인’은 한국 영화 최초로 한 이야기를 1, 2부로 나눠 개봉하는 파격적인 방식을 택했다. 총제작비 700억 원이 들어갔고, 촬영 기간이 한국 영화사상 최장인 387일에 달하는 대형 작품이라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2022년 7월 개봉한 1부의 관객이 150만여 명에 그치며 흥행엔 참패했다.

3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외계+인’ 2부 기자간담회에서 최 감독은 “1부가 끝난 뒤 많이 힘들었다. 내가 편집에서 뭘 잘못했나 꿈에서 계속 아른거렸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왜 이렇게(흥행 실패) 됐을까 많이 물어보고 고민했지만 해답을 찾기 어려웠다. 2부를 열심히 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며 힘든 시기를 겪었음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간담회 마지막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며 울컥하기도 했다.

‘외계+인’은 1380∼90년대 고려 말과 2022년을 오가는 타임 슬립(시간여행)물이다. 독특한 설정은 외계인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그들의 죄수를 지구에 있는 인간의 뇌 속에 감금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몸에서 탈주하려는 외계인을 잡으러 다니는 가드(김우빈)와, 시간이동을 해 고려시대에 갇힌 이안(김태리), 고려시대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 등이 힘을 합쳐 위기에 놓인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다. 영화는 여태까지 한국에서 본 적 없는 독특한 장르다. 고려 시대 차림의 도사들과 외계인이 한 장면에 나오는 이질감 등이 관객들에게 강한 호불호가 갈렸을 것으로 보인다.

1부가 흥행에 실패했지만 1, 2부를 동시에 촬영한 탓에 시나리오를 크게 변경할 수 없었다. 그 대신 최 감독은 “디테일을 많이 바꾸려고 노력했다. 배우들에게 대사를 녹음해서 보내 달라고 부탁해 편집할 때 넣어보면서 작업했다”고 했다. 이안의 친구 민선의 이모이자 관세청 수사관인 민개인 역을 맡은 배우 이하늬는 등장 장면을 재촬영했다. 최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1부는 판타지 SF 장르적 성향이 강한 영화인 반면에 2부는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감성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액션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런 면이 잘 드러나게 작업했다”고 했다.

영화 ‘외계+인’ 2부에서 이안(김태리·왼쪽)이 무륵(류준열)의 정체를 알기 전 경계하며 총을 겨누는 장면. CJ ENM 제공

2부는 1부보다 확실히 더 속도가 빠르고 완성도가 있다. 특히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의 코믹 케미스트리가 극장 내 웃음 버튼이다. 본격적인 영화 시작 전 1부에 대한 긴 설명이 있어 1부를 보지 않아도 무리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다. 다만 1부와 마찬가지로 장르 특성상 호불호가 갈리는 데다 1부를 보지 않고도 2부를 보기 위해 극장에 올 관객이 많을지는 미지수다.

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무륵 역의 배우 류준열은 “영화뿐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일이 결과가 다 만족스러울 순 없다. 늘 각오가 되어 있다”고 했다. 그는 최 감독에 대해 “이런 (장르물) 시도 자체를 존경한다. 감독님이 여전히 작업하고 일하는 건 단순히 잘 찍어서가 아니라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기 때문”이라며 믿음을 드러냈다.

‘외계+인’ 2부로 배급사인 CJ ENM이 구긴 체면을 회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CJ ENM은 지난해 전례 없는 부진을 겪었다. 개봉한 영화 중 단 한 편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면서 한때 영화 사업을 접을 거라는 소문이 돌았고, 구창근 CJ ENM 대표가 이에 대해 해명을 하기도 했다. 최 감독은 “2부를 완성하면서 ‘관객들에게 초대장을 쓰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컸다. 2부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는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