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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중국이 ‘위안화 띄우기’ 나선 까닭

입력 | 2024-01-06 01:40:00

◇미중 통화전쟁/타무라 히데오 지음·정상우 옮김/276쪽·1만9800원·오픈하우스




“한국은행이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부터는 그렇지 않다.”

2022년 8월 이창용 한은 총재의 이 발언은 국제 금융시장이 돌아가는 현실 논리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미국에서 물가가 뛰면서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기준금리를 5%포인트나 끌어올리자, 같은 기간 한은도 경기침체를 감수하며 1.25%에서 3.5%로 금리를 대폭 높였다. 한미 기준금리 차이가 벌어질수록 외국인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달러를 찾아 국내 금융시장에서 돈을 뺄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대부분의 무역, 금융결제가 달러로 이뤄지는 글로벌 경제에서 외자 이탈은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일본 경제 전문 언론인이 쓴 이 책은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위안화 띄우기’를 최근의 국제 정치 흐름과 맞물려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세계 역사에서 통화는 군사력과 더불어 패권 확보에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강대국들이 지구를 절멸시킬 수 있는 핵무기를 실전에 사용하기 힘든 상황에서 패권 유지 수단으로서 통화의 중요성은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실제로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양국 간 통화전쟁도 심화되고 있으며,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20일 전 체결된 러-중 공동성명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과 유럽의 러시아산 원유 및 천연가스 수입 금지에 대비해 중국이 이를 수입하는 대신 달러가 아닌 위안화나 루블화로 결제하기로 했다. 저자는 “서방의 제재로 지쳐가는 러시아는 중국의 위성국가나 다름없는 상황으로 전락할 운명”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위안화 확대는 러시아에 그치지 않는다. 시진핑은 2022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석유에 대한 위안화 거래를 제안했다. 산유국들이 받는 위안화는 달러보다 유동성이 떨어지지만, 막대한 물량의 중국산 상품 수입에 사용될 수 있다. 저자는 러시아를 지원하는 중국에 대해 금융제재를 주저하는 미국 바이든 정부의 올해 대선 승리 여부가 미중 통화전쟁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