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회, ‘하위법관’ 20명 선정 “선고후 다시 불러 판결 번복도”
“반성문 그만 쓰고 몸으로 때우라.”
지난해 지방의 한 지법에서 A 판사가 한 발언이다. 법정에서 여성 피고인이 반성문을 제출하자, 반말로 이렇게 쏘아붙인 것. 당시 피고인과 가족들은 심적으로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런 판사들의 막말 사례 등이 담긴 ‘2023년 법관평가’를 5일 발표했다. 서울변회는 법관평가 과정에서 재판의 기초적인 사실관계마저 틀린 사례나 법관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예단을 드러낸 사례 등이 다수 접수됐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사실관계가 틀린 내용을 적시한 사례도 있었다. ‘피고가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을 판결 근거로 제시했지만 당사자는 자녀 없이 반려견만 키우고 있었다.
형사 재판을 맡은 한 판사는 처음 보는 피고인에게 “피고인, 고개 들어봐. 나 알지?”라며 “영장심사 당시 기록 봤는데 유죄 맞는데 왜 우겨?”라고 말하며 선고도 하기 전부터 예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성범죄 재판을 맡은 한 판사는 증인으로 나온 중국 동포 피해자에게 “중국에선 이런 건 일도 아니지 않아요?”라며 2차 가해를 하거나, 당사자가 원치 않은 무리한 조정을 강요한 경우도 있었다.
이번 평가에는 서울변호사회 전체 변호사 2만2002명 중 2341명(10.6%)이 참여해 전국 법관 3222명 가운데 1402명(43.5%)을 평가했다. 법관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84.13점으로 집계됐다. 20명의 법관은 부적절한 재판 진행으로 하위법관에 선정됐고, 109명은 우수법관으로 선정됐다. 우수법관 109명의 평균 점수는 95.5점이었고, 하위법관은 65.1점이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